김재영 인천대 행정학과 교수
김재영 인천대 행정학과 교수

행정자치부의 지방재정제도 개편 방안이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개편안은 교부세 불교부단체에 대한 조정교부금 우선 특례 제도를 폐지하도록 지방재정법시행령을 개정하고, 법인지방소득세의 50%를 공동세 재원으로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 조치로 인해 불이익을 받게 될 수원, 성남, 화성 등 단체장들은 7일부터 단식 농성에 들어갔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 지방재정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평적불균형 문제가, 비교적 재정 형편이 나은 경기도에서 표면화된 것은 다소 의외다.

우리나라 지방재정의 대표적 문제점은 수직적불균형과 수평적불균형이다. 전자는 80:20으로 고착된 국세 대 지방세 비율로, 종종 외국에 비해 세원의 중앙 집중이 심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수직적불균형은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 등을 통해 중앙의 재원이 지방에 흘러들어감으로써 상당 부분 완화되고 있다. 정작 심각한 것은 수평적불균형이다. 수도권 일부 자치단체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시·군의 재정자립도는 30%를 넘지 못한다.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서는 신도시는 재산세 수입이 많으나, 농촌지역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서울이나 경기도의 경우 같은 광역시도 안에서조차 시·군·구간 재정력 편차가 심하다. 광역시도 내 수평적불균형을 완화하는 장치가 바로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조정교부금이다. 경기도의 경우 조정교부금의 52.6%를 6개 불교부단체에 몰아주고 나머지 25개 시·군에 일부를 나눠줌으로써 특정자치단체에 쏠림 현상과 재정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교부세 불교부단체, 즉 재정이 넉넉하다고 알려진 지역이 도시 인프라 구축을 위해 공공사업을 많이 벌여야 한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된다. 아마도 단식 투쟁 중인 단체장들에게는 숙제처럼 밀려있는 공약 이행이 가장 절박한 현안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지역간 재정격차를 키우는 경기도의 시·군 조정교부금 우선배분 특례를 폐지하고, 법인 지방소득세의 50%를 공동세로 전환하겠다고 나선 정부의 개편안에 찬성하는 편이다. 경기도와 교부세 불교부단체들의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인구가 줄고 지역의 공동화 현상을 피할 길 없는 다른 지역의 상황이 워낙 심각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곳은 정부가 유일하다. 수평적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금번 개편과 같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지방자치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으며,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목표는 요원해질 것이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1990년대 중엽 강원도 어느 군의 예산 가운데 경직성 경비를 제외한 예산은 1억 원에 불과했다. 그 곳 군수는 임기 중에 할 수 있는 일은 연 1회 군민의 날을 개최하는 것뿐이라고, 어느 모임에서 다소 자조 섞인 발표를 한 적이 있다.

인천의 경우 구도심에 속한 어느 자치구는 40만 명이 넘는 인구에도 불구하고 2009년부터 4년간 예산이 3,000억 원으로 거의 고정되다시피 했다. 기간 중 기능별 예산 증감 추이를 살펴보니 보건복지 비중이 늘어나고 대신 산업, 환경, 문화 등 자치구의 기본 기능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최근 심화되고 있는 지방재정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고려할 때, 상당수 자치단체가 이처럼 그 기본적 기능조차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 이미 처했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하게 된다.

인천시의 경우 시가 나서 자치구간 수평적불균형을 조정했다. 경제자유구역 개발로 형편이 나아진 자치구와 구도심 지역간 재정배분 시 형평성을 고려해 구도심지역에 조정교부금과 시도비보조금을 더 많이 돌아가게 했다. 이로 인해 불이익을 받게 된 자치구의 반발이 있었던 것은 당연하다. 이는 시의 설득과 신도시-구도심간 양보를 통해 해결됐다. 불행하게도 수도권을 제외하면 이 정도의 재정조정 능력을 발휘할 만큼 재원을 보유한 광역시도가 거의 없다.

행정자치부의 금번 제도 개편은 인천시가 했던 것처럼 지역간 균형발전의 취지에서 출발했다고 생각된다. 다만 정부는 이번 지방재정 개편방안에 안주하기 보다는 행정구역 또는 지방세제 개편과 같은 폭넓고 장기적 대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가면서 2020년대 지방자치 시대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번 행정자치부가 추진하는 제도개선으로 대부분 자치단체의 재정이 확충돼 모든 국민이 고른 혜택을 받는 선순환 구조로 전환되기를 기대해 본다. 조정교부금의 축소로 인해 당장 내년도 사업을 조정해야 하는 자치단체들은 내년이나 후년이 아니라, 10년 후 또는 그 이후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모습을 전망하며 이번 개편을 열린 마음으로 대하기 바란다.

끝으로 금번 갈등 상황을 통해 이미 재정압박을 겪고 있는 전국의 수많은 자치단체들의 처지를 다 함께 공감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김재영 인천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