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주요 의류업체가 북한 노동자들의 '노예 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을 중국산으로 속여 들여와 구설에 올랐다.

호주의 선 헤럴드는 21일 서핑의류로 유명한 업체인 '립 컬'(Rip Curl)이 평양 근교의 공장에서 만든 스노보드용 상의 등 겨울용 의류를 반입해 중국산으로 속여 판매했다고 전했다.

이 업체는 지난해 겨울용으로 들여왔으며 이미 수백만 달러 어치를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신문은 지난해 7월 북한을 방문한 호주 기업인 닉 할릭으로부터 사진과 함께동영상을 전달받았다며 이같이 전했다. 할릭은 북한 공장 방문을 허락받고 나서 제품이 '중국산'으로 둔갑해 있는 모습을 몰래 촬영했다.

립 컬 측은 "소매 업체들에 물품을 전달하고서 알게 됐다"고 시인한 뒤 "물품 공급업체가 우리도 모르게 미승인 하도급 업체에 주문 일부를 맡기면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노조단체나 비정부기구(NGO) 단체들은 호주의 다른 대형 의류업체 일부도 관행적으로 북한산을 '중국산'으로 판매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문제에 눈을 감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탈북자들 증언을 인용, 북한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혹은 때로는 대가조차 없이 장시간의 노동을 강요받고 있으며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노동교화소에 갇힐 정도로 착취를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옥스팜 오스트레일리아의 헬렌 쇠케 대표는 "립 컬이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도덕적으로나 국제인권의 틀 안에서나 기업들이 인권 침해에 책임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호주 노조단체 관계자는 이번 사례가 끝없이 값싼 노동력을 찾으면서 일어난 일이라며 립 컬의 중국 납품업체가 북한 업체와 계약한 것은 북한 임금이 중국에 비해 낮고 이를 뒷받침하는 더 열악한 노동 여건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호주에서 판매되는 의류의 90% 이상은 아시아에서 공급되고 있다.

1969년 설립된 립 컬은 현재 세계 최대 서핑관련 브랜드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