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의 북쪽해안은 다른 해안에 비해 군부대가 밀집해 있는 관계로 둘러보는데 여러가지 제약이 따른다.

 물론 철산리 제적봉 부근 북한지역에 대한 조망이 가능한 곳에 "망향의 동산" 조성을 계획하고 있지만 대부분 군사시설 보호구역인 관계로 민간인 출입이 제한되어 있는 상태.

 그러나 북부해안은 몇개의 검문소를 통과해야 하는 불편함만 감수한다면 다른지역에서 느낄 수 없는 긴장감과 함께 원시 그대로의 자연을 눈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 비해 북서해안은 석모도와 교동을 잇는 포구들과 주변의 볼거리와 먹거리가 여전히 여행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외포리 포구에서 강화유스호스텔 방향으로 해안을 따라 10여분 가다보면 한때 석모도행 여객선이 출항했던 황청포구에 닿는다.

 새우잡이로 한창 성황을 이루던 때와는 달리 7~8개의 횟집과 새우잡이배 3척이 고작인 이곳 주민들은 그래도 아직 새우잡이에 대한 자부심만은 대단하다.

 “요즘도 한창때 올라오는 새우들이 토굴새우젓으로 유명한 광천과 강경등으로 몽땅 실려 갑니다.”

 8년간 이 포구에서 새우젓 장사를 하고 있다는 한 아주머니의 황청포구 예찬론. 주변의 황청저수지와 인천문화원에서 운영하는 도자기예술원 등을 둘러보는 재미도 이 일대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강화 일대에서 민간인이 갈 수 있는 가장 북단에 위치한 포구로 알려진 창후리포구는 얼마 전부터 개발바람이 불기 시작한 교동의 유일한 관문.

 그래서 이곳에서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끼리는 대부분 낯익은 사이. 누구네집 잔치며 집안내 대소사들이 이곳을 통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또 창후리포구 일대엔 황복을 주메뉴로 하는 횟집촌이 형성되어 있어 식도락가들의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굳이 산행의 일정을 따로잡지 않고도 강화 서부해안과 산악일대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숨은 명소가 있다.

 원래 전등사, 정수사와 함께 강화의 3대사찰로 불리던 내가면 적석사는 고려산 기슭에 위치한 아담한 사찰.

 내가저수지에서 국화리 방향으로 난 도로를 따라가다보면 왼편마을 입구에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을 따라가다 보면 마을을 지나 45도가 넘는 깎아지른 듯한 시멘트 도로가 산중턱까지 이어져 있다.

 낙조대와 낙조봉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이 이곳의 낙조는 강화8경중 하나일 뿐 아니라 국내 어디와 비교해도 빠지지 않을 정도.

 낙조대를 중심으로 둘러싼 8개의 산이 연꽃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산아래 마을이 연촌이라는 이야기에서부터 지도상에서 정동진과 서울을 잇다 보면 일직선상에 위치한 곳이 적석사라는 등 주지스님의 적석사 자랑도 일품이다.

 특히 금석학의 명품으로 꼽히는 이곳의 사적비와 전란이 있을 때면 흐려지고 사찰에 거주하는 사람에 따라 물의 양이 틀려지기도 한다는 신비의 우물 감로정은 적석사의 명물.

 지난 97년 8월 집중호우로 대웅전을 제외한 나머지 시설이 완파되었다가 대부분 복구된 상태다.

 특히 적석사에서 강화읍내로 이어지는 일대는 남한에서는 드물게 고려의 유적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 강화포구기행의 마지막 일정으로 권하고 싶은 곳이다.

〈글·사진 이원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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