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 실업사태속에 실직자들이 보건의료서비스의 사각지대에서 건강마저 위협받고 있어 정부와 사회각계의 대책과 지원이 시급하다.

 실직으로 경제형편이 여의치 않은 실직자들은 당장 의료보호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하는데다 병의원을 찾을 처지도 못돼 악화된 건강상태가 재취업 등 자활에도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99년 6월부터 실업극복국민운동 인천본부와 평화의료생협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무료 주말진료소에서 지난해 진료한 실직자는 모두 1천2백29명에 이른다.

 이곳은 무료로 진료와 약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지만 인원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정부의 지원없는 민간부문만의 활동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부평진료소와 도화동 실업극복 인천본부(공설운동장내)에서 교대로 실시하는 무료 진료소에는 하루평균 30~40명의 실직자들이 몰리고 있다.

 고혈압과 당뇨로 개소할 당시부터 주말진료소를 찾고있는 김모씨(43)는 “실직 후 공공근로를 하면서 겨우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데 병을 앓고 있어도 병원에서 치료할 형편이 못돼 재취업을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주말진료를 찾는 환자들은 대부분 김씨처럼 40~50대의 장기 실업자들. 이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사소한 병도 의료진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열악한 생활환경이나 영양부족, 과다한 음주 등으로 질병에 쉽게 노출되고 있어 장기치료를 요하는 환자로 발전하기도 한다.

 결국 실직자의 만성질환 발생 및 치료기회의 상실은 재취업을 불가능하게 해 장기실업 및 가정파탄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말진료소는 실업극복 국민운동의 예산으로 겨우 약품을 구입해가며 인의협 소속의사와 간호사, 의대생 등 2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매주 교대로 어렵게 꾸려나가는 실정이다.

 무료 주말진료사업을 담당하는 노명진 간호사(28·여)는 “주말진료를 받으려고 하는 환자는 많은데 의료진과 진료시간이 부족하고 의료장비, 약품 등도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특히 2차 검진이나 정밀진단이 필요한 경우에는 의료비지원이 부족해 민간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나마 예산이 바닥나는 다음달 이후부터는 이 사업을 지원할 기관이 아직 결정되지 않아 주말 진료소가 아예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있다.

 의료복지 전문가들은 정부가 실직자들을 한시적으로라도 의료보호대상자로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공공의료기관의 확충을 통해 실직자와 그 가족들의 건강을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평화의원 김명일 원장(34·가정의학과 전문의)은 “현재 민간에서 실시하고 있는 실직자 무료진료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정부는 경제적 약자와 실업자에 대한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보건의료 서비스 정책을 세우고 대량 실업으로 질병에 쉽게 노출되는 사람들을 위해 보건의료의 공공기능 강화 및 사회안전망 구축에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직자 주말무료진료소☎521-4468(부평 진료소), 766-8521(도화동 진료소)

〈송영석 평화의료생활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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