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를 찾는 이들은 오밀조밀하게 이어져 있는 해안선이나 저마다 사연들을 안고있는 유적지들을 돌다보면 섬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석모도가 건너 보이는 외포리선착장에 서면 비로소 이곳이 섬이었다는 현실과 부딪치게 된다.

 석모도는 26개의 강화 부속도서를 대표하는 여행지. 강화를 둘러보는 일정중에 한부분으로 포함시켰다가는 일부만 보고 돌아가는 낭패를 겪기 일쑤다.

 그곳엔 본도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또다른 즐거움이 있기 때문.

 섬을 대표하는 해명산, 상봉산, 상주산이 있어 삼산면이라고도 불리는 석모도 여행의 재미는 1.5㎞의 바닷길을 배로 건너면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석모도 여행의 여운을 오래 남겨두기 위해서는 두개의 포구를 끼고있는 민모루해수욕장과 보문사일대, 그리고 하리포구 일대로 나누어 둘러보는 것이 좋다.

 배가 닿는 석포리에서 해명산을 끼고 돌아 매음리삼거리에서 좌회전해 들어가면 길게 늘어선 삼량염전의 스산한 소금창고들이 반겨준다

 소금창고가 끝나는 세갈래 길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강화에서 유일한 3종어항인 어류정항에 닿게 된다. 정박해 있는 선박들에 비해 큰 규모의 접안시설을 갖추고 있는 이 포구는 다른 소규모의 포구들과는 달리 바닷가 쪽으로 비교적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어 석모도 여행의 첫 목적지로 권하고 싶은 곳.

 그래선지 요즘 봄행락객들을 맞기 위한 물량장 시설공사가 한창이다.

 석모도 유일의 해수욕장인 민모루해수욕장에 가려면 소금창고가 끝나는 삼거리에서 직진을 해야한다.

 본도의 동막해수욕장에 비해 넓은 모래사장을 자랑하지만 물이 빠지면 1㎞의 갯벌이 드러나기 때문에 이곳 역시 여름이면 갯벌체험지로 인기.

 민모루해수욕장 언덕을 넘어서면 장구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장구너머포구가 기다린다.

 아담하지만 이름만큼이나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있는 이 포구에는 해안이 한눈에 보이는 개성있는 횟집과 음식점들이 발길을 묶는다.

 그러나 포구로 들어가기전 언덕위 조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해수욕장과 남단의 바다풍경은 빼놓을 수 없는 여행포인트. 여기서 남해 보리암, 낙산사 홍련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으로 알려진 보문사로 가려면 다시 매음리삼거리까지 나가야 한다.

 보문사의 볼거리는 뭐니뭐니해도 눈썹바위로 불리는 마애석불좌상과 석실.

 금강산 표훈사 주지와 보문사 주지가 함께 조각한 것으로 전해지는 이 좌상은 남서해안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어 낙조관망지로도 유명한 장소다. 425개의 계단을 오르는 운동효과도 겸할 수 있는 이곳은 문화재적인 가치보다는 불교의 성지로 더 중요시 되고 있다.

 보문사대웅전 옆에 위치한 나한전은 자연암벽밑에 석실을 마련하고 그곳에 나한상을 모신 석굴사원.

 이 석굴엔 신라 선덕여왕때 한 어부가 고기를 잡다가 그물에 걸린 돌덩이를 안치했더니 거부가 되었다는 전설도 함께 전해진다.

 민모루해수욕장과 보문사일대가 많이 알려진 것에 비해 영화 "시월애"의 촬영지였던 하리일대는 최근들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곳.

 특히 하리포구등 북쪽해안에 가면 교동과 기장섬 부근에서 서식하는 겨울철새들을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는 행운을 잡을 수도 있다.

 비포장도로지만 하리저수지 깊숙이 들어가 석모도 북단의 호젓함을 만끽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석모도는 19㎞의 일주도로가 있어 석포리선착장으로 돌아오는길 드라이브를 하면서 섬의 구석구석을 살필 수 있다는 부수적인 재미도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글·사진 이원구기자〉 j j lwk@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