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던 중국인들이 중국의 성장둔화와 주가 부진에 부동산 시장에서 빠져 나오고 있다고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12개월간 미국에서 주택을 사들인 외국인 가운데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던 중국인들이 최근 몇 주간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마이애미에 50만~75만달러(5억8천만~8억7천만원)짜리 아파트를 사려고 결심했던 상하이에 카렌 쉬는 최근 부동산 구매 의사를 철회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미국에는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며 "5년을 더 기다리거나 아니면 중국에 투자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고객의 절반이 중국인이라는 뉴욕 부동산 중개사 소더비 국제 부동산의 대니얼 창은 "앞으로 1~2년간 중국 구매자들 쪽에서는 비수기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포트 비치 리/맥스 파인 홈즈에 크리스티나 쇼 부동산 중개업자는 1천만달러(115억9천만원)로 뉴포트 비치에서 집 두 채를 사려고 했던 중국인 고객이 현재 예산을 3분의 1로 줄일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빙의 주택건설업체 트리 포인트 그룹의 톰 미첼 사장은 중국 주식이 급락한 이후 지난 몇 주간 중국 구매자들의 관심이 "사라진 상태"라고 말했다.

미첼 사장은 오렌지카운티와 샌프란시스코 지역 내 자사 부동산 개발지에 중국인 고객이 30%였지만,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들이 "(투자를) 중단하고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투자자들의 이러한 투자 심리 변화는 중국 증시가 여전히 급락세를 보이는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상하이증시는 6월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했으며, 지난 27일에도 5.48% 급락했다.

여기에 중국의 성장 둔화 우려가 가시지 않는 점도 부담이다.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9%를 기록해 2009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다만,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중국인들의 부동산 시장 철수가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많은 중국인이 여전히 미국 부동산을 좋은 투자처이자, 예금을 넣어둘 안전자산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일부는 미국 주소를 확보해 미국 대학에 자녀를 등록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컨설팅회사 CBRE 차이나의 프랭크 첸 책임이사는 "단기적으로 해외 은행에 예금계좌나 펀드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나 외국 소득이 없는 사람들은 약간의 충격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역외 부동산 투자 추세는 강한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사업가인 38세의 양 빈은 거꾸로 중국의 성장 둔화로 미국 내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대학은 문제가 많으며, 베이징의 환경이나 공기 질 등이 만족스럽지못하다"며 다만 일단 상황을 좀 더 보고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