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분분 중국인은 상해사람하면 다양하고 세련된 문화의 소유자로 인정하고 들어간다. 지방마다 수많은 고유양식의 요리가 있지만, 만일 그 옆에 있는 사람, 그가 상해 사람이라면 물론 그에게 배워야 한다는 데 쉽게 동의한다. 그만큼 중국인들은 상해의 문화를 깊이 인정한다는 얘기다.

 상해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상해박물관이다. 중국의 고대부터 근세에 이르는 방대한 문화가 그곳에 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소장품으로 보나 시설면으로 보나 가히 최대다.

 펄럭이는 오성홍기를 뒤로 수직과 대칭을 강조한, 다소 권위적인 시정부 청사를 마주하고 시내 중앙 인민광장을 가로지르면 박물관이다. 지하 2층, 지상 5층의 사각 건축물에 원형 지붕을 얹은 건축물. 지난 95년 개관, 비로소 제대로 된 박물관의 면모를 갖추게 되면서 상해를 문화의 도시로서 대내외적으로 공표한 수훈장이기도 하다.

 이곳 박물관은 홍콩의 자본에 의해 지어져 기증됐다. 맨 아래층 출구 벽면에는 기금 기증자 이름이 길게 나열돼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안내원들이 각국의 언어로 된 안내기구를 사용하지 않겠느냐고 친절하게 물어온다. 한국어, 영어, 일본어등으로 된 오디오 안내기가 있어, 이것을 들고 진열대 작품옆 번호를 누르면 그 부분의 해설을 들을 수 있다.

 1층부터 4층에는 모두 10개의 갤러리가 있다. 1층은 중국고대 청동관과 중국고대 조각관이, 2층은 중국고대 도자기관, 3층에는 중국역대 서예관과 중국역대 회화관, 중국역대 옥쇄관, 그리고 4층은 중국역대 화폐관, 중국고대 옥기관, 중국명청 가구관, 중국소수민족 공예관이 있다.

 전체 소장품수는 12만건. “중국 강산의 절반이상이 이곳에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는 박물관측 설명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각 전시실마다의 유물이 한마디로 놀라운 수준이다. 이곳 보물을 찬찬히 살펴보려면 하루가 꼬박 걸릴 듯 싶다. 현재 중국 문물을 가장 빠른 시간안에 이해할 수 있는 보고(寶庫)와 하루라는 시간은 충분히 바꿀만한 가치가 있다.

 전시관 한 곳을 스케치해 본다. 3층 중국역대 회화관. 140여점 작품 중 100점 이상이 순수한 자연을 표현대상으로 삼고있는 것이 독특하다. 완전하게 자연을 대상으로 1천년을 이어온 그림의 역사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는 설명이다. 손위의 "고일도"와 서희의 "대나무", 곽희의 "산수도"가 나란히 놓여있다. 당과 오대, 북송의 세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 그림의 소재가 인물에서 자연으로 옮겨지고, 화법이 채색에서 수묵으로 변모하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어느 역사기행가가 강조한 말이 새삼 떠오른다. “아는 만큼, 그만큼 보인다.”

〈김경수기자〉 ks@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