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폭포 오르는얼음 스파이더맨보기만해도 "아찔"

한여름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던 계곡의 폭포. 굳이 가까이 가지 않고 보고만 있어도 속세의 모든 시름이 함께 씻어 내리는 듯하다.

 여름도 아닌 한겨울에 이런 폭포만을 찾아다니며 오르려는 얼음 스파이더맨들이 있다.

몇가지의 장비와 자일에 몸을 의존한 채 몇시간씩 빙벽과 씨름하는 이들을 보면 일반인들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건 당연한 일.

 그러나 이런 빙벽타기가 스키와 함께 겨울레포츠의 꽃으로 불리며 수년 전부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스포츠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그런 선입관이 조금은 사라지지 않을까.

 암벽타기가 산행의 과정에서 출발해 독립된 레포츠로 자리를 잡았듯이 빙벽타기 역시 겨울산행에서 시작된 레포츠.

 때문에 전문가들은 등반원리는 비슷한 편이지만 근본적으로 바위와 얼음이라는 차이 때문에 암벽타기에 비해 더 많은 기술과 주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특히 낙빙이나 앞사람의 아이젠에 의해 부상을 당하는 일은 가장 경계해야할 부분. 그래서 슬라이딩이나 추락연습 등 기초훈련을 충분히 익혀두어야 하는 것은 필수.

 우리나라에 빙벽타기가 처음 도입된 것은 71년 한국산악회가 프랑스 국립스키등산학교에서 장비와 기술을 들여오고 75년 한 산악회가 강촌 구곡폭포를 등반하면서부터라고 알려져 있다.

 처음엔 전문클라이머들을 중심으로 즐기던 것이 최근 안전을 최대한 고려한 장비들이 도입되고 초보자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잇따라 개발되면서 대중레포츠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

 보통 폭포수가 얼어붙는 1월중순부터 2월하순까지를 최적기로 보고 있는 빙벽타기는 고난도의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3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지만 일반인의 경우 1주일 가량 교육을 받으면 완만한 경사의 빙벽은 쉽게 오를 수 있다.

 빙벽타기는 팔, 다리의 힘과 지구력, 그리고 무엇보다 장비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훈련을 필요로 한다.

 등반기술은 크게 아이젠의 12개 침을 모두 얼음에 붙이고 경사 70도 이하의 빙벽에 적용하는 플랫푸팅과 아이젠 앞부분의 침 2개만을 사용해 직벽을 오르는데 쓰이는 프런트포인팅으로 나뉜다.

 물론 손으로 얼음을 찍어 자세를 바로잡는데 쓰이는 피켈이나 위험하거나 부실한 얼음을 제거하는데 쓰이는 아이스헤머, 자일, 안전벨트 등의 사용법은 별도로 익혀야 한다.

 국내의 빙벽은 가까이서 보면 벽이라기보다는 수많은 고드름이 종유석처럼 늘어붙은 모양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 훈련정도에 따라 등급에 맞는 빙벽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50여곳의 국내 빙벽타기 코스중 초보자가 오를만한 곳은 40~70도의 완만한 경사도에 높이도 10~20m의 폭포들. 보통 이런 초급빙벽으로는 도봉산 회룡골폭포, 수락산 은류폭포, 그리고 백운폭포, 무지개폭포 등이 있다.

 또 중급자용으로는 강촌 구곡폭포, 불암산 경수사폭포, 감악산 은계폭포 등이 있으며 월악산 신선폭포와 도락산 가래비폭포는 중상급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

 그러나 한국빙벽타기의 메카로 꼽는 곳은 국내 3대 빙폭으로 알려진 높이 300m의 외설악 토왕성폭포와 대승폭포, 소승폭포.

 토왕성폭포는 한때 등반에 성공한 사람들에게 "토왕폭사나이"라는 명예로운 칭호가 붙여질 만큼 누구나 꿈꾸는 최고의 코스로 알려져 있다.

 특히 차가운 얼음벽에 붙어 피켈과 아이젠의 끝이 얼음을 파고들 때의 짜릿한 전율은 빙벽타기만이 가질 수 있는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글·사진 이원구기자〉

j j lwk@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