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부드럽게 때론 강하게“이것이 전통무예 참 매력”

배우기 쉽고 몸에 무리가 안가면서도 최상의 운동효과를 볼 수 있는 개성있는 자기수련법, 거기다 호신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운동이면 더할 나위가 없다.

 흔히 태권도의 본류 쯤으로 알고 있는 택견은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주는 우리민족의 전통무예다.

 온몸에 힘을 빼고 흐느적거리다 “익크” “에이크” 하는 기합소리와 함께 상대를 제압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바지저고리와 버선차림의 외모에서 풍기듯이 조선시대 풍속도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선조들의 심신수련법으로 명절 때가 되면 가마니나 멍석을 마당에 깔아 놓고 대회를 열기도 했던 택견이라는 용어는 조선정조때 간행된 "재물보"라는 책에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현재의 택견은 일제강점기 때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택견판을 금지시키고 어린아이들이 장난삼아 하는 "애기택견"마저 채찍을 휘두르며 막을 정도로 강력하게 밀어붙인 말살정책에 의해 근근이 명맥만을 유지해 오다가 80년 들어서 몇명의 고수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부활한 것.

 택견은 다른 격투기 종목처럼 일정한 형식으로 정리된 운동이라기 보다는 생활의식을 반영한 자기수련법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편이 오히려 바람직하다.

 그래서 타격위주의 태권도와는 달리 상대를 넘어뜨리는 기술 위주로 무리가 따르지 않는 경기규칙을 채택하고 있다.

 고도의 절제를 요구하고 있는 택견은 그렇다고 마냥 부드러운 것만도 아니다. 운동원리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굼실굼실" "능청능청" "우쭐우쭐" "으쓱으쓱" 이라는 동사가 말해주듯이 대부분 춤을 추듯 움직이는 동작들이지만 무술로서의 파괴력도 무시 못한다.

 기본공격법인 "는지르기"에서부터 한쪽발로 높이 뛰어올라 두번연속 올려차는 "두발낭상"과 같은 요령으로 이어지는 "째차기"와 "후려차기", 거기에 몸을 270도 회전하며 보여주는 "돌개치기"는 배울수록 고난도의 무예임을 느끼게 한다.

 택견이 생활체육으로 자리잡아가기 시작한 것은 83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고 우리 것을 되살리자는 각계의 목소리들이 힘을 실어 주면서부터.

 몇명의 동호인들을 중심으로 90년 (사)대한택견협회가 정식으로 발족되게 됐고 인천에도 92년 구월동에 첫 전수관이 생겨나게 됐다.

 그후 인천본부전수관이 도원동을 거쳐 지금의 주안 신기사거리로 이전하게 됐고 현재는 인천시내 구역별로 7개의 전수관에서 700여명이 수련에 임하고 있는 상태.

 보통 6개월 정도면 기본기를 익힐 수 있고 1년이면 격파술을 포함한 수련과정을 마칠 수 있는 택견은 초단 수준인 2년과정이 지나야 타법과 함께 쌈수라고 불리는 싸움기술을 익힐 수 있다.

 택견의 품계는 수련정도에 따라 무급~1급, 초단~9단까지 모두 18등급. 태권도처럼 지난 93년부터는 대한택견협회 공인단을 발행하고 있다.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면 누구나 배울 수 있고 호흡과 체중조절에도 효과가 있다는 장점 때문에 수련생들도 하나둘씩 늘어나고 지난해엔 전국대회를 인천에서 치를 만큼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겨울방학 기간이라선지 절반가량이 초등학생을 비롯한 어린 수련생이라는 점이 가장 긴 역사를 가진 동양의 맨손무예라는 자부심을 가진 택견의 앞날을 밝게 하고 있다.

〈글·사진 이원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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