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자전적 이야기 '깊은 울림'

사회적인 영화를 주로 찍는 감독 마르게리타(마르게리타 부이)는 노동 문제를 다루는 새 작품을 한창 촬영 중이다. 멋진 삶을 살고 있는 듯하지만, 그녀에게도 고민은 많다.

할리우드 스타 배리(존 터투로)는 이탈리아어로 된 대사 한줄을 제대로 외우지 못하고 사춘기 딸에게는 점점 비밀이 많아진다. 전 남편과의 관계도, 애인과의 관계도 애매하다.

무엇보다 마르게리타의 가슴을 무겁게 하는 건 엄마가 병석에 누운 일이다. 오빠(난니 모레티)와는 달리 그녀는 엄마와의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나의 어머니'는 난니 모레티 감독의 반(半) 자전적인 영화다.

모레티 감독의 어머니는 주인공 마르게리타의 어머니처럼 30여년간 교편을 잡은 문학 교사였으며 마르게리타는 모레티와 마찬가지로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을 가졌다.

감독은 병상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때때로 찾아오는 어머니의 제자들을 통해 어머니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런 부분은 영화에 중요한 요소로 들어가 있다.

그만큼 이 영화는 상당히 사(私)적이지만, 감독의 고백에는 한 어머니의 자식으로서 지니는 진심과 진실이 담겨 있기에 관객에게 줄 수 있는 공감의 폭은 작지 않다.

제목이 '어머니'가 아닌 '나의 어머니'인 것처럼, 이 영화는 어머니 자체에 대한 이야기이기보다는 말년의 어머니를 바라보면서 영원히 무덤덤해지지 않을 것 같은 어머니와의 이별을 받아들여야 하는 자식의 모습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는 자연스럽게 많은 부분을 마르게리타가 일터에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에 할애한다. 섬세하게 그려지는 마르게리타의 이런 일상에 점점 어머니와의 일을 둘러싼 감정이 침투한다. 감독으로서 마르게리타와 스태프·배우들의 관계, 엄마로서 딸과의 관계, 동생으로서 오빠와의 관계 등 모든 것은 어머니를 향한 감정의 그림자다.

특히 딸을 비롯한 다른 가족과의 관계는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결코 좁혀지지 않을 간극이 있고, 자식은 부모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끝내 이해할 수 없지만, '나'라는 한 사람을 형성하는 가장 큰 부분은 어머니를 향한 자식으로서의 자아임을, 영화는 말한다.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그려지는 할리우드 스타와 마르게리타의 입씨름처럼 이야기의 호흡이 흩어지는 몇몇 장면이 있기도 하지만, 영화는 전반적으로 강렬한 순간과 절제된 순간을 조화롭게 교차하며 깊은 울림을 준다.

이탈리아 배우 마르게리타 부이는 이 이야기 속 영화감독 마르게리타가 입에 달고 사는 대로 "캐릭터 옆에 배우의 페르소나가 존재하는 연기"를 우아하게 해냈으며 마르게리타의 오빠 역으로 직접 출연한 모레티 감독의 연기도 눈여겨볼 만하다.

모레티 감독은 '나의 즐거운 일기'로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아들의 방'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4월', '악어',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에 이어 이번 '나의 어머니'까지 칸 영화제에 초청된 '칸의 총아'다.

20일 개봉. 106분.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