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이 날 부른다”

 산 하면 흔히 붉게타는 가을산만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백설로 뒤덮인 산등성이를 타고 오르는 일출과 햇볕에 반사되어 번지는 설화들의 눈부신 자태를 경험한 사람이면 겨울산을 잊지 못한다.

 특히 지난 12일 인천지역에 첫 눈이 내리면서 새해 아침을 산에서 맞을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겨울산 마니아들에겐 하루하루가 구름에 뜬 나날들이다.

 운이라도 좋으면 신이 빚어놓은 조각품 같은 설화를 만날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 때문.

 그러나 겨울산행은 항상 길이 끝나는 곳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기대 만큼 많은 준비와 기본지식이 있어야 안전하고 만족스런 산행을 경험할 수 있다.

 겨울산의 매력인 눈꽃산행을 할 때는 먼저 눈꽃과 우리말로 상고대라고 부르는 눈얼음을 구별하는 방법을 알고 오르면 산행의 재미를 더할 수 있다.

 찬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눈이 얼면서 얼음알갱이가 나무가지에 매달리며 생겨난 것이 빙화라고도 부르는 설화인 반면 상고대는 밤새 기온이 급강하해 공기중에 수분이 나무에 달라붙는 현상으로 얻어진 반투명한 얼음덩어리를 말한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겨울산행의 묘미는 아무도 밟지 않은 설원에 발자국을 남기며 황홀한 겨울산의 절경에 빠져드는 일. 그야말로 한해 묵은 체증이 한꺼번에 씻어 내리는 듯 하다.

 많은 산악인들이 이런 겨울산행에 매료되어 등산과 인연을 맺게 됐다고 털어놓는다.

 보통 겨울산으로 알려진 곳을 꼽으라면 설악산을 비롯해 오대산, 소백산, 치악산, 덕유산 등을 떠올리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와함께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간다는 주목군락지로 알려진 태백산, 원추형 구상나무가 군락을 이룬 한라산, 고사목으로 뒤덮인 지리산 등도 눈꽃산행의 단골 메뉴.

 물론 이렇듯 색다른 성취감과 스릴을 제공하는 큰 산들도 있지만 초심자들에겐 북한산과 관악산, 그리고 마니산과 문수산 등 비교적 가족끼리 가벼운 차림으로 오를 수 있는 대도시 주변의 산들을 먼저 권한다.

 대부분 절경으로 알려진 큰 산들의 하얀 능선에는 무릎이나 허리까지 빠질 정도의 눈밭이 펼쳐져 있기 때문.

 그래서 겨울산행은 추위와 미끄럼 등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사고를 당하는 일이 종종 있다.

 산행전문가들은 특히 겨울엔 일조시간이 짧다는 점을 감안, 해뜨자마자 출발해 오후 4시 이전에는 반드시 하산을 완료하는 코스로 일정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또 눈꽃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현지의 국·도립공원 관리사무소에 수시로 연락하며 기상청의 일기예보를 관심있게 청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눈꽃이 절정을 이루게 되면 여행사의 눈꽃트레킹 상품과 곳곳에서 벌어지는 성대한 눈꽃축제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인천지역에서도 모집산행업체와 여행사들을 중심으로 내년 신년맞이 산행을 시작으로 다양한 눈꽃산행 상품들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원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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