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가 납치된 여자친구를 구하려 드럼통을 던지는 고릴라를 향해 한 칸씩 올라가는 게임 '동키콩', 원 모양 캐릭터가 미로 속 유령들을 피해 쿠키를 먹으며 나아가는 '팩맨', 블록을 가로줄에 채워 넣어 없애는 '테트리스'.

PC 게임을 넘어 스마트폰 게임으로 넘어간 현재는 보기 어려워진 오락실용 게임들이다. 한때 전 세계 아이들을 조이스틱에 붙잡아두던 게임들이 영화가 돼 돌아왔다.

1982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어딘가에 존재할지 모를 외계인을 향해 지구의 아케이드 게임을 담은 타임캡슐을 우주로 쏘아올린다. 30여 년이 지나 외계인들은 이 아케이드 게임 속 캐릭터인 팩맨, 갤러그, 동키콩, 지네, 스페이스 인베이더로 지구에 들이닥쳐 모든 물체를 닥치는 대로 픽셀화해 부숴버린다.

어렸을 때 이 게임들의 고수였으나 평범한 전자제품 설치기사로 사는 샘 브레너(애덤 샌들러)와 순진한 괴짜 러드로우 라몬소프(조시 게드)는 대통령이 된 친구 윌 쿠퍼(케빈 제임스), 대담한 군인 장교 밴 패튼(미셸 모나한)과 함께 지구 구하기에 나선다.

'픽셀'은 프랑스 그래픽 디자이너 파트리크 장의 단편 영상에서 출발했다. 길가에 버려진 낡은 텔레비전이 폭발하면서 그 안에 든 게임 이미지가 나와 세상을 픽셀화하는 과정을 담아낸 영상이다.

허구에서 사람이 게임으로 들어간다는 설정은 흔하지만, 게임 캐릭터가 거대한 모습으로 현실화해 인간 세상에 나타난다는 설정은 독창적이다. 이 기발한 아이디어는 할리우드로 건너가 지구 침공 블록버스터로 바뀌었다.

'픽셀'은 장편 영화, 특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추억의 캐릭터들이 화려한 색채의 3D 영상으로 시각화한 모습, 커다란 스크린에 8비트 형태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숫자와 그림들은 아케이드 게임을 하고 자란 세대를 설레게 할 만하다. 테트리스줄이 채워져 없어지듯 무너지는 건물이나 타지마할 같은 유명한 건축물이 픽셀화해 사라지는 모습은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
그러나 아쉽게도 '픽셀'은 영화에 있어 소재와 설정이 전부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일깨우는 영화이기도 하다. 점만 찍어놓는다고 멋진 그림이 되는 것이 아니듯 기발한 설정도 제대로 풀어나갈 때 빛이 날 수 있다.

'루저'들이 지구를 구한다는 설정은 무난하나 구하는 과정이 워낙 어설프게 그려져 재미가 떨어진다. B급 코미디라는 점을 참작해도 인물들의 할리우드 액션은 과하다. '병맛'을 노린 장면들은 오히려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정작 웃음이 쉽게 나지는 않는다. 미국적인 유머여서 국내 관객에게 와 닿기 어려워 보이는 측면도 있다.

이 영화를 만든 크리스 콜럼버스는 '해리 포터' 시리즈와 '박물관이 살아 있다',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 등 가족용 오락 영화의 연출 또는 제작에 두각을 나타낸 감독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