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종 인하대교수

메르스 확산에 국민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거대 인구가 밀집해 생활하는 한국에서 매일 매일을 많은 사람들과 부딪히며 살아야 하는 것이 일상인데, 늘 마주하던 사람들과의 만남이 괜찮은지 걱정하며 지내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정부에서는 소비활동을 권하며 평소와 같이 사람들을 만나며 일상생활을 하라고 한다. 그 말대로 잠시 강한체하며 태연한 생활을 해본다지만,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엄습해 오는 불안에 결국 필요 이상의 위축된 행동을 보일 수밖에 없다. 마스크를 쓰고 손을 씻고 재채기에 주의하는 정도로 충분한데 국민들이 너무 겁을 내고 있는 것이라면 차라리 낫다.

자가격리라는 힘든 상황에 놓인 자들이 많아 상당부분을 개개인의 의식수준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예전 같으면 강제적인 조치가 취해졌을 일도 이제는 국민 개개인의 자율적 조치에 기댈 수밖에 없는 민주사회인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 기대에 반한 행동을 드러내, 모두들 깜짝 놀라하며 상식을 벗어난 행동이라 비난하는 일도 있다. 경험해보지 못한 예측불허의 사태에 국민들의 부적절해 보이는 행동 또한 당연한 일일지 모르지만, 이런 상황에서야말로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사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자칫 국가를 송두리째 마비시킬 수 있는 이번 사태는 국민들의 의식수준을 한 층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모세종 인하대교수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늘 공공의 이익보다는 자기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며, 타인이 어찌 될지에 상관없이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는 식의 태도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런 태도에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임을 깨달아야 한다.

메르스사태를 종식시켜야 하는 현 상황에서는 모든 국민들이 타인에 폐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 주의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 정부의 판단과 대처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선행되어야 하지만, 국가 위기상황이니 마땅히 모두가 정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지시에 순응해야 한다.

공적 가치보다 사적 가치를 내세워 타인에 끼칠 피해에 아랑곳 하지 않는 개인적 행동은 있을 수 없다. 개인의 일탈된 행위마저 민주주의 하의 자유라 둘러대며 공공의 안녕을 위태롭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국민의 의식수준은 타인 즉 공익을 지켜낼 수 있는 언행에서 판가름 나는 것이다. 공익이 우선하는 안전하고 질서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는 매사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길러야 한다. 의식을 갖춘다는 것은 나를 위해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폐가 될까봐 조심하여 행동하는 것이다.

어떤 언행에도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해 '괜찮겠지'가 아니라,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폐가 되겠지' 하는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행동이 타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는 능력이 바로 의식수준인 것이다. 메르스사태에 써야 하는 마스크도 나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위해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마스크를 쓰고 조심하는 모습을 보이는 자세가 감염의 두려움을 가질 주변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배려인 것이다.

세계최고라 자랑하는 한국의 교육수준이지만, 국민의 의식수준이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것은 아마도 우리의 교육이 자기만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라는 왜곡된 방향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들에게 타인에 폐가 되지 않도록 의식을 가져달라고 그저 계몽하듯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는 의식수준의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의식 있는 행동을 하지 않으면 버텨내기 힘든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개인을 속박하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지 책임과 의무는 나 몰라라 하며, 자유와 권리만을 주장하는 환경에서, 무섭지도 않은데 누가 질서를 지키고, 제멋대로해도 아무 탈 없는데 누가 타인을 배려하며 행동하겠는가. 법과 질서를 어기거나 타인에게 함부로 한다거나 하는 것이 결코 용인되지 않도록 하는 사회 분위기를 확립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히 다져나가는 길일 것이다.

국민의 의식수준은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가 오랜 시간 공을 들여 교육해야 만이 얻어지는 것이며, 또한 그런 의식수준이 유지되도록 하는 사회체제를 확립하여 엄격히 관리해야 만이 지켜지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가정과 학교의 교육으로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당장은 공권력이 나서서 사회 기초질서를 바로잡는 엄격한 법집행을 수행하면서 국민의 의식 있는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의식 있는 시민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상식 밖의 행위가 전혀 용납되지 않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 위정자에서 국민에 이르기까지 배려는커녕 타협도 모르는 그저 자기주장을 관철하려는 이기적 행동을 멈추지 않는 한 국민의 의식수준은 점점 더 퇴보하고 말 것이다. 점차 잘 되겠지 하는 느슨한 태도로는 한국사회의 의식수준이 국민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모세종 인하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