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꿇지 않는다고 맥주잔 투척
정관개정 갈등 폭발 … 사퇴론 대두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유도 경기에 출입증이 없는 지인들을 입장시키려다가 이를 막는 안전요원과 경찰에게 행패를 부려 물의를 일으켰던 남종현 대한유도회장이 이번에는 중고연맹회장을 폭행해 중상을 입혔다.

남종현 회장은 지난 19일 강원도 철원시에서 열린 '2015년 전국실업유도최강전' 첫날 경기를 마치고 실업유도연맹 관계자 및 철원 지역 관내 인사 등이 참가한 가운데 자신이 운영하는 ㈜그래미 공장 연회장에서 열린 만찬 자리에서 산하 중고연맹회장인 A씨를 향해 맥주잔을 던졌다.

남 회장이 던진 맥주잔에 얼굴을 맞은 A씨는 치아 1개가 부러지고 인중 부위가 심하게 찢어져 곧바로 신철원의 길병원 응급실로 옮겨진 뒤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돼 상처 봉합수술을 받았다.

현장에 있던 관계자는 "1차 만찬이 끝나고 그래미 공장에서 2차 만찬이 열리는 상황에서 남 회장이 건배 제의를 하러 나온 A씨에게 '나에게 무릎을 꿇어라'라고 얘기했고 이를 거부하자 맥주잔을 얼굴로 던졌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지 경찰 고위간부 등 지역 유지들이 현장에 있었으나 이를 제지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20일 오전 춘천경찰서에 남 회장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고 피해자 조사까지 마쳤다. 아직 피의자 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중고연맹 회장과 함께 대한유도회 감사를 맡은 A씨는 대한유도회 정관 개정을 둘러싸고 남 회장과 의견이 맞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체육회가 체육계의 고질적인 파벌주의를 막고자 경기단체 임원 구성 시 특정 학교 연고자의 비율을 제한하도록 정관을 개정했다.

이런 가운데 A씨는 대한체육회로부터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바뀐 정관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남 회장은 절대 통과시킬 수 없다고 반목했다. 만찬 자리에서 이 문제가 또 한 번 거론됐고, 결국 폭행으로 이어졌다.

남 회장은 지난해 인천 아시안 게임 당시 유도 경기장에 출입증이 없는 지인 3명을 입장시키려다가 안전요원의 제지를 받자 "유도회 회장은 유도 경기를 중단시킬 수도 있다. 여기서는 내가 왕"이라고 소리치며 난동을 부려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남 회장은 출동한 경찰관 2명에게도 4~5차례 욕설을 퍼부으며 행패를 부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난동으로 회장으로서 자질 문제가 대두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자신과 대립각을 세운 산하 연맹 회장을 폭행하는 사건까지 일으키면서 회장직 사퇴에 대한 여론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유도인은 "남 회장이 철원지역 유도를 위해 장학금을 내놓는 등 좋은 일도 했지만 대한유도회를 독선적으로 운영하면서 유도인들의 원성도 많이 듣고 있다"고 귀띔했다.

남 회장 측은 "남 회장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A씨 측과 연락이 잘 되지 않아서 치료를 받는대로 원만하게 수습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