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일 인천기후 환경네트워크 사무국장

날이 갈수록 녹음이 짙어지며 도심공원의 존재가 빛을 발하고 있다. 한껏 나들이를 즐기는 가족의 모습이 드물지 않고 운동에 여념이 없는 시민들은 부지기수다. 잿빛 도시에 초록쉼터가 필요한 이유와 역할이 별도의 설명 없이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면들이다.

고밀도 개발의 추세 속에 덩치를 키워가는 도시 특성 상 시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가치를 위해서도, 도시 자체의 품격을 위해서도 공원녹지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당장 현실화된 문제는 아니지만 향후 인천지역 녹지정책이 암초에 부딪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오는 2020년 7월부터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가 시행된다. 이는 도시계획 상 공원·도로로 지정된 부지가 일정기간 용도에 맞게 개발되지 않을 경우 원칙적으로 그 지정 효력이 자동 상실되는 제도이다. 사유지에 대한 재산권 보호가 본래 취지다.

이를 두고 난개발, 부동산 시장 불안정화 등 부작용 속출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인천의 경우 S자 녹지축 보존의 근간이 '도시자연공원'이었던 만큼 일몰제 적용으로 녹지축의 파편화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16개소가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돼 있고 면적은 21,47만7000㎡에 이른다. 이외에도 기존 미조성된 도심공원 458개소 약 2700만㎡가 동일한 처지에 놓여있다.

공원녹지 보전정책이 무용지물이 되는 파국을 막으려면 막대한 재정투입이 불가피하다. 2020년까지 지자체 재원으로 공원조성사업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앙정부는 도시공원 조성업무가 지방자치단체 고유 업무로 공원조성 비용을 단 한 푼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재정 형편이 녹녹치 않은 지자체, 특히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인천시로서는 속수무책일 뿐이다. 토지보상, 조성비 등을 고려할 때 향후 인천시 공원녹지 예산이 연간 10% 이상이어야 하나 올해 공원녹지 예산이 1%대인 것을 고려하면 불가능 그 자체이다.

아이러니는 인천시가 최근 내놓은 '2030년 인천도시기본계획'에서도 발견된다. 시는 인구수를 2020년 316만명을 기점으로 2025년 333만명을 넘어 2030년에는 350만명으로 예측했다. 그러면서 친환경 녹색도시, 문화·관광, 사회복지 등을 고려한 핵심사업들을 제시했다.

필수사업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려울 정도로 곳간이 텅텅 빈 인천시가 도시 녹지정책마저 지탱하기 곤란한 처지라면 어떻게 350만 시민을 행복하게 할 것이며 친환경 녹색도시를 이루겠다는 것인가!

산림청의 '전국 도시림 현황 통계'에 따르면 울산시민 1명의 생활권 도시림 면적이 2013년 기준 16.16㎡로 전국 7대 도시 중 가장 넓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전(12.08㎡), 부산(9.90㎡), 광주(9.12㎡), 대구(7.88㎡), 인천(5.95㎡), 서울(4.35㎡) 순이었다. 2011년과 2013년 대비 1인당 생활권 도시림을 비교해 보면 인천은 오히려 0.28㎡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생활권 도시림 면적은 도시에서 산림, 자연공원, 묘지공원 등을 제외한 모든 녹지·공원의 총량으로 도시의 쾌적성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일수록 도시공원이 절대적으로 중요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거꾸로다.

인천시의 무대책과 더불어 정부의 무관심도 질타의 대상이다. 정부가 안일한 탁상행정의 비판에서 벗어나려면 예산지원 방안 마련과 함께 국가도시공원제도의 법제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국가도시공원이란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로 언급된 용어로 국가에 의해 조성·관리되는 도시공원을 말한다.

말처럼 국가가 계획을 수립하고 조성에 책임을 지며 완료 후에는 국가가 관리하거나 지자체에 관리권을 위임하게 된다. 물론 국가도시공원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도시환경에서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화 및 자연의 아름다움, 역사적 요소 등을 유지하고 공원지역발전을 위해 조성하는 대규모 공원'이라는 단서가 붙는다.

국내에서는 서울 용산공원이 특별법에 의해 만들어진 유일한 국가도시공원이다. 인천지역 특성을 고려하자면 도심 S자 녹지축 보존을 위한 특정 구간이라든가, 부평미군기지 등이 우선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부평미군기지의 경우 그 역사적 의미와 주변지역 발전, 조성 효과에서 탁월한 가치를 지닌 곳이다. 인천시 재정상태와 일몰제의 부작용을 우려한 시민사회단체들이 그간 부평미군기지를 국가도시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요구했던 이유다. 인천시민 모두는 팍팍한 도시 한복판에 만들어질 아름다운 공원을 기대하고 있다.

일몰제 시행까지 5년여가 남았다. 사안의 중대성을 생각하면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일몰제로 우려가 곧바로 현실화되기야 하겠느냐는 일부 낙관론도 있으나 가파른 도시개발이 진행되는 인천시로서는 적절한 정책과 예산계획을 서둘러 수립해야 한다.

아울러 중앙정부를 대상으로 관련예산의 조달, 법제화에 대한 설득에 나서야 한다. 당연히 '힘 있는 인천시장'의 역할이 제일 크다. /지영일 인천기후 환경네트워크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