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관 사진가
뉴욕의 존 에프 케네디공항에서 대한항공의 땅콩 사건으로 인해 기업은물론 국가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말았다. 당사자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하 조 부사장)은 여론의 혹독한 뭇매를 맞더니 결국 교도소에 수감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그 장면을 보면서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조 부사장이 지혜롭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조 부사장이 앉는 그런 자리를 한 번도 이용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승무원들이 어떻게 서비스를 하는지 모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자리는 국내외로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특별한 소수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자리라는 것쯤은 해외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알 게 된다. 그래서 서비스도 일반석과는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며 회사 측에서는 각별히 신경을 써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상식적으로 조 부사장의 임무는 항공기내의 일정부분을 점검해서 문제가 있으면 시정토록 할 수 있는 위치라고 생각한다. 문제가 된 '마카다미아'는 견과류의 일종으로서 고급 종에 속하기 때문에 일반석을 제외한 1등석의 탑승객에게 제공하는 땅콩이다. 그 땅콩은 견과류의 황제로 불릴 만큼 귀한 열매로서 미국 하와이에서 95%가 생산되는 열매다. 그 문제의 땅콩 때문에 2005년 하와이에서 일어난 악몽이 되살아났다.

땅콩이 유난히 고소하고 향이 좋아서 마켓에서 큰 통에 든 것을 덥석 샀다. 비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워낙 맛에 취해 분수를 망각한 것이 화를 불러온 셈이다. 한 쪽 손에 땅콩이 든 통을 들고 먹으면서 호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에 어느 덩치큰 외국 여자가 툭 치는 바람에 쏟아져 빨간 카페트 위에 작고 하얀 돌멩이를 깔아놓은 듯 했다. 그 바람에 엘리베이터는 멈추게 되었으며 바닥에 널려있는 땅콩 하나하나를 줍는 내 모습을 외국인들이 바라보면서 수군거릴 때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그 큰 여자는 미안함은커녕 땅콩을 줍는 내 모습을 당당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부아가 치밀어 멱살을 잡고 한 바탕 싸우고 싶었으나 체격이 나보다 두 배는 클 뿐만 아니라 더 큰 화를 불러올 것 같아 꾹꾹 참았던 것이다. 그 순간 다행스럽게도 '참는 것이 때로는 보약보다 더 좋다.'는 말이 문득 떠올라 참는데 일조를 했다.
가뜩이나 나라가 혼란스럽고 살기 팍팍한 세상에 눈만 뜨면 땅콩사건의 뉴스가 터져 나오더니 결국 조 부사장에게 중형의 판결이 내려졌다.
지나칠 만큼 언론의 혹독한 뭇매를 맞은 것 또한 대한항공이 베푸는데 너무 인색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게다가 더욱 안타까운 것은 아버지인 조양호 회장이 허리 굽혀 딸의 잘못을 사과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알 수 없는 서러움이 복받쳐 올라왔다. 어쩌면 나도 자식을 둔 아버지 입장에서 감정이 복받쳐 올라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법률가가 아니기 때문에 조 부사장의 구속에 대해 왈가왈부할 입장이 아니다. 단지 얼마 남지 않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런 걱정은 어디 나뿐이겠는가.

수장을 맡고 있는 조양호 회장에게는 심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과연 딸이 지옥과도 같은 교도소에 수감되어있는 상태에서 아버지로서 마음 편하게 중책을 수행 할 수 있겠는가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항공은 나라가 빈곤할 때 생소한 항공분야에 뛰어들어 국가발전에 크게 기여한 공로와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얼굴이 되어버린 기업으로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따라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조 부사장이 2심에서 만큼은 관대한 형량이 내려지길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바람일까? 아울러 이번 기회에 대한항공이 국민들과 국제사회로부터 사랑받는 1등 기업이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