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서 송도중학교 교장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 <예기(禮記)> '중용(中庸) 23장'의 글이다. 읽을 때마다 자성(自省)의 감동을 주는 참 좋은 이야기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에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 변화란 무엇인가? 외형뿐 아니라 내용에까지 완전히 다른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변(變)이 아니라 화(化)다. 변(變)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변(變)이 화(化)에 이르러야 진정한 변화인 것이다.

요즈음, 교육계는 가는 곳마다 혁신 이야기다. 그런데 혁신은 들여다 보면 별게 아니다. 혁신은 곧 변화다. 변화는 인류 역사 이래 있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되기 마련인데, 21세기 지식기반사회, 정보혁명사회에서는 그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변화에는 필수적으로 혁신이 수반하게 되기에 변화와 혁신은 끊임없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게 된다. 정치, 경제, 교육 등 모든 사회체제에 있어서 혁신의 필요성은 그 체제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환경의 변화에서 비롯된다. 변화를 알고 이에 대응하는 것이 혁신이다.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교수조직에 머물러 있는 학교가 학습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 학교의 구성원들이 새로운 지식과 방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학습조직으로 변해야 한다. 이는 사회와 학습자들의 변화에 따라 학교의 교육시스템이 변해야 함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학교가 체계적으로 학습조직화 해야 하는 것은 21세기 생존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학교혁신이란 무엇인가? 학교혁신의 의미를 '단위학교의 자율과 책임을 확보하기 위해 가치로운 교육활동을 실행하는 총체적인 과정'으로 본다면 공교육 내실화를 학교 차원에서 실천하는 것이 학교혁신이다. 이렇게 본다면 학교혁신의 주체가 누구인가는 자명하다.
교육문제의 해결은 학교에서 시작되어야 하고, 끝나야 한다.

그래서 학교 공동체의 내부협상이 필요한 것이다. 학교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학생, 교원, 학부모, 지역사회의 내부에서부터 그리고 이들의 실천의지가 모인 학교공동체 내부에서부터 창의적이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구조로 전환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내는 방법이 모색되어야 한다. 내 자신의 열정이 바탕이 된 그런 열림이 진정한 열림이요, 혁신의 시작이다. 혁신을 통해 세상과 자신을 들여다보고 고쳐야 할 것은 반드시 해체하고 제거해야 하며, 남겨야 할 것은 철저히 보존해야 한다. 그리고 버려야 할 것과 남겨야 할 것을 분명히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혁신이란 결국 모순과 대립이 함께 '가장 잘 살 수 있는' 공생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있었던 제도나 방법도 발전되어 가고 있는 과정에서 최선의 방법이라고 만들어졌던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지금 시도하고 있는 변화, 개혁, 혁신도 조만간에 새로운 변화의 물결 앞에 비판의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 변화와 개혁은 현재에 대한 부정에서 출발하기 보다는 현재를 바탕으로 보완하고 개선하는 신중하고 점진적인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지금 공교육이 위기에 처해 있다면 학교 혁신은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처방인 것이요, 생존 전략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