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비판여론 모르쇠 … "잘 되고있다" 기자회견서 무성의 답변만
"소통을 위해 여기 섰다"며 권경상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이 기자들에게 인사했다.

대회 초반 미숙하고 부실한 대회 운영을 질타하는 보도가 봇물을 이루던 지난 26일 조직위원회 최고 실무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권경상 사무총장이 시작한 지 3일째 되는 미디어브리핑 현장을 찾았다.

그는 회견에 앞서 인사를 하면서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대회가 끝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대회를 치르겠다"고 말했지만 그 약속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시안게임이 아니라 '아시안 운동회'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이런 비난을 받는 근본 원인이 무엇이며, 어디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권경상 사무총장은 발끈했다. "동의할 수 없다. 운동회라니 굉장한 모욕이다. 오씨에이(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 회장도 '열일곱번의 아시안게임 중 가장 진행이 잘 되고 있는 대회'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의 진행 노하우를 배우려고 몇몇 나라들로부터 연락이 오고있다"며 반박했다.

수긍할 수 없었지만 다른 기자들과의 질의 응답을 모두 기다린 뒤 회견이 끝날 무렵 다시 마이크를 잡고 물었다.

"이전 질문에 OCA회장의 입을 빌어 대회가 훌륭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답변 했는데 정확하게 그 답변은 오씨에이 회장의 생각인가 사무총장 본인의 생각인가? 본인의 생각이라면 지금까지 쏟아지는 언론의 지적이나 보도는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거듭 질문했다.

그는 "(회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참고해달라"며 엉뚱하게 말을 돌렸다.

"그게 대답이냐!"고 항의했지만 그는 답을 하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났다.

소통하기 위해, 언론의 의견을 듣고 대회 운영에 반영하고자 이 자리에 왔다던 권경상 사무총장은 그냥 그렇게 상기된 표정으로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나가버렸다.

그가 한 말처럼 인천아시아경기대회가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 정도로 그렇게 훌륭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정말 그렇게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지 그의 대답을 듣고 싶다. 응답하라! 권경상 조직위 사무총장.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