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운 인천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새 인천시장 당선인의 공약사항 중 많은 부분이 길과 관련돼 있다. 인천발 KTX, GTX, 7호선 청라연장은 인천시와 외부를 연결한다. 2호선 조기 개통, 제3연륙교, 서창·장수 고속도로, 영종·강화 통일대교는 인천내부를 잇는다. 이들이 새 길을 놓는 것인데 비해 경인전철과 경인고속도로의 지하화는 길을 바꾸는 것이다.

경제는 새로 놓거나 바꾼 길을 따라 흐른다.

우선 사람이 흐른다. 노동력이 움직이고 인구구성이 변화한다. 송도신도시와 청라로 연결되는 길을 따라 서울과 경기의 전세민이 유입돼 인천의 인구가 늘어난다. 군·구별로 생산가능인구에 대한 복지수혜 인구의 비율이 큰 차이를 보여 경제력 격차가 확대되는 것도 길을 따라 인구가 움직인 결과이다. 고속도로와 전철 등으로 단절됨에 따른, 소위 도심혼잡비용은 다른 지역에 비해 인천의 실업률이 늘 높은 상태를 유지하게 한다. 인천시내를 원활하게 연결해 줄 길이 추가로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상품도 길을 따라 흐른다. 재화와 용역(서비스)이 길을 따라 흐르면서 산업구조가 바뀌고 생산패턴이 바뀐다. 경인고속도로가 국가의 주요 산업도로였던 시절 인천은 수도권을 대표하는 생산지역이였지만 그동안 많은 길이 생기면서 인천은 산업 간·기업 간 협력관계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산업단지의 영세임차업체 비중이 높아지고 최종재보다는 중간재 생산비중이 높아지는 가운데 생산의 외부의존이 높아지는 것도 길이 큰 몫을 한 때문이다. 산업생산에서 지역내 생산부품의 비중이 크게 낮은 한편, 공항과 항만을 지척에 두고도 산업단지의 수출액 비중이 전국에서 거의 바닥 수준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돈 역시 길을 따라 흐른다. 소비자가 만족을 찾아 이동하는 데 이의를 달 수는 없지만, 새로 놓는 길이나 편리하게 바뀐 길은 소비의 외부유출을 예상외로 확대시킨다. 그렇지 않아도 높은 인천소비의 역외유출비율이 2010년에서 2012년 사이 서울지하철 연장, 제3경인고속도로 개통과 국도 등의 확장을 따라 크게 높아졌다. 민간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신용카드 사용액을 기준으로 보면 2년 사이에 49.1%에서 53.2%로 3.1%p 상승했다. 그에 따라 국내 10대 상권의 위용을 자랑하던 부평상권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침체를 보인 것이 최근 인천의 경험이다. 천안과 춘천이 그랬고 대전, 대구, 부산이 유사한 경험을 했다.

길을 놓으면 경제력은 경쟁력이 높은 지역으로 빨려들어 간다. 집중효과로서 소위 빨대효과다. 그러나 일정시간이 흐르면서 높아진 경제력은 다시 길을 따라 원위치하는 분산효과가 나타난다. 즉, 초기에는 길을 따라 선택의 폭이 넓은 서울로 소비가 옮겨가지만 시간이 지나면 소비력이 살아 있는 인천에서의 상품공급이 점차 확대되면서 소비의 외부유출이 멈추게 된다. 시간이 더 지나면 임대료나 인건비가 싼 인천에서 더 낮은 가격으로 공급됨에 따라 서울의 소비가 거꾸로 인천으로 유입되는 분산효과가 나타난다. 사람, 재화와 용역의 흐름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길을 놓거나 바꾸는 것은 분명히 장기적으로 도움을 준다. 문제는 단기적으로 나타날 빨때효과의 부작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먼저 길이 연결되는 양쪽 경제력 격차의 내용과 크기를 계산해야 한다. 길을 놓기 전에, 적어도 길을 놓는 중에라도 경제력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세심한 대책을 마련하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인천지역에서 빠져나가는 만큼의 경제력을 유인할 앵커시설의 건설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한 민관의 공동노력도 필수다. 또한 새로운 도로망으로 인해 외지 경제활동이 역내 활동보다 편리해진다면 이를 상계할 만한 내부 도로망의 확충·개선을 병행해야 인천의 경제력이 새 길을 따라 외부로 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다음으로는 빨대효과가 작동되는 기간을 줄이고 분산효과가 조기에 나타나도록 해야 한다. 역외 소비자나 생산자를 유인해 인천에서 경제활동을 하도록 하거나 역외지역 공급자나 판매자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서울로 향하는 중국 관광객을 인천으로 유치하기 위한 부평상권 상인들의 노력이 좋은 예이다. 이를 통해 장차 역외 소비자가 대거 인천으로 향하도록 더 전략적인 차원에서의 체계적 접근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