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배수-경기도 평생교육국장
인류는 불완전한 지구 천체로 인해 발생하는 가뭄·홍수·지진·해일 등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온갖 힘을 기울여 왔다. 자연 재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공동체와 문명을 낳았고, 구조물과 이기(利器)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구조물과 이기는 편익을 주는 반면 사고의 위험도 동시에 안겨준다. 또한 경험과 성찰을 통해 발전시켜 온 지식과 기술로써 재난을 예측하고 방지하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도·시설·체계 등을 만들었다. 그런데도 능력의 한계와 행위의 과실로 인해 사고의 확률은 여전히 남아 있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기존 제도와 체계의 문제점을 보완해 재해의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일은 정부만 해야 하는 게 아니다. 정부 단독으로는 할 수도 없다. 국민 모두가 나서 관심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

재난 예방을 위한 안전 기준을 마련할 때 규범적·기술적·재정적으로 실현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국민의 동의가 필요하고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해야 하며 이행 여부의 확인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이 뒤따라야 안전 기준이 지켜질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시정 조치할 수 있는 인력과 비용에 대한 검토를 소홀히 했다. 앞으로의 규범은 국민이 동의하고 지켜져야 하며, 지켜지는지 확인할 수 있는 후속 조치 마련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은 기꺼이 추가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일선 공무원들은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한 과부하로 중요하고 급한 일에 우선을 두고 처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분야는 민간의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 업체는 생존을 위해 점검과 평가를 의뢰하고 비용을 부담하는 자의 요구를 무시하면서 법과 기준대로 점검하고 평가하기 어렵다. 점검·평가 의뢰자가 '갑'으로 되고 점검·평가 업체가 '을'로 되는 구조의 틀을 깨야 한다. 이해가 상반되는 업계에 점검과 평가를 맡기면 어떨까? 예를 들면 안전이 지켜지지 않을 때 가장 손해를 보는 분야는 보험업계일 것이다. 보험업계는 보험금 지급 최소화를 위해 더 철저하게 점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부는 각 분야별 재난 예방·대응 매뉴얼과 시설 유형별 재난 안전점검표를 만들어 확인하고 조치를 취하도록 한다. 이러한 점검을 정부와 공무원만으로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각종 시설의 소유자나 관리자, 즉 모든 국민은 정부 또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안전 점검표에 따라 스스로 확인하고 필요한 행동을 해 인명과 재산피해를 줄여야 한다. 각종 시설 등의 안전 점검 결과와 시정 조치 이행 상황 등의 정보는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국민들은 공개 정보를 이용해 시설 등의 안전도를 평가하고 이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시설 소유자와 관리자 등은 안정적인 영업을 위해 안전에 관심을 기울이며 행동하게 될 터이다.
더 나아가 국민들이 일상 생활 분야에서 안전에 위협을 주는 요인을 살펴보고, 119에 신고하면 119는 관계부서에 통보함으로써 시정될 수 있도록 하는 국민신고체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재해가 발생하면 당황해서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재해 상황에 적절하게 인명과 재산 피해의 예방·구조·수습 행동을 하려면 다양한 유형의 재해를 상정해 교육과 훈련을 반복 실시해 조건반사적으로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평생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국민들은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