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칼럼=윤관석의원
세월호 참사 발생 9일이 지난 4월 25일 진도체육관. 한 부부가 수색 상황을 브리핑하고 강당을 나서던 해난구조대 주환웅 상사를 황급히 쫓아와 쪽지 하나를 주머니에 넣었다. 쪽지에는 '승무원복을 입고 근무하는 우리 아들을 학생과 구분하지 말고 구해 달라'는 글귀가 담겨 있었다. 부모는 계약직이나마 아들이 승무원이라는 죄책감에 큰 목소리 한 번 내지 못했다.

얼마 후 스무 살 두 청년이 인천가족공원 만월당에 봉안됐다. 세월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두 사람은 평생을 형제처럼 지내온 죽마고우였다. 이들의 일당은 세월호 탑승 2박3일에 11만7000원. 청해진해운 측은 두 사람이 정직원이 아니라 '여객'에 해당하는 신분이라며 장례비와 보상을 거부했다. 선원법 제2조에서는 선원을 '선박에서 근로를 제공하기 위해 고용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식당배식과 야간순찰 등 선박 업무 전반을 담당한 이들 아르바이트 직원은 선원으로 인정돼야 한다. 청해진해운의 태도는 법적으로도 도의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국민 분노 속에 장례비 문제는 인천시가 지급을 보증하면서 일단락됐다.
4월 16일 세월호에는 구조된 172명을 제외하고 안산 단원고 학생과 교사 등 262명, 일반인과 선원 42명이 탑승해 있었다. 이 중 단원고 학생과 교사의 피해가 막심했기에 언론의 관심 역시 안산으로 집중됐다. 희생자의 절대다수였던 한 학년 전체가 쑥대밭으로 변한 참극 속에서, 일반인 실종자·희생자 가족은 침묵과 기다림으로 학부모들을 배려해왔다. 그러나 분위기일 뿐이고, 정부 대처는 절대 편중돼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일반인 탑승객 역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국민이다.

안산 화랑유원지에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가 설치됐으나, 처음엔 일반인 희생자 유족들에게는 어떠한 연락도 없었다. 뒤늦게 유족 요청으로 분향소 한편에 일반인 희생자 영정이 모셔졌다. 이때도 유족들은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청와대를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을 면담하는 자리에서도 일반인 유가족에게는 연락조차 없었다. 안산에 조성될 추모공원 안치 대상도 단원고 학생과 교사로 한정됐다. 정부의 지원과 협조로 조성되는 공원에 이러한 차별이 있을 수 없다.
참았던 일반인 희생자 유족들은 5월 22일 인천시청 앞 합동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부의 수습대책에 "죽음도 차별하냐"며 울분을 토했다. 일반인과 승무원 희생자들은 대부분 생계를 책임지고 있던 탓에 유가족의 피해도 크다. 정부는 피해가 집중된 안산에 의료·금융·심리치료 지원팀 등을 배치한 반면, 일반인 희생자 가족에게는 장례비용 몇 십만원씩 지원한 게 전부였다. 승무원·일반인 희생자 42명 중 16명은 인천시민이다.
세월호 침몰 후 두 달이 됐지만 이 비극은 아직 수습조차 못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한 달 동안 10여 차례 이상 회의와 전문가 간담회를 가졌고 부칙까지 97개 조문으로 구성된 초안을 완성했다. 선체 실종자 수색작업 완료 즉시 법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국가 배상 범위와 더불어 독립적인 조사위원회 설치를 비롯한 총체적인 내용을 담았다. 정부는 전반적인 대응 과정에서 일반인 희생자들을 외면했지만, 우리는 특별법을 통해 향후 보상 등의 과정에서 더 이상 일반인 희생자와 그 유족들에 대한 차별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것을 약속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