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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서 영어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학술적인 의미에서 여러 논의가 가능하지만 우선 한국, 일본, 태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에서 영어는 필수과목이다.

영어를 시작하는 학년은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이제 많은 아시아 국가에서 초등영어 교육을 벌이고 있다. 초등학교부터 영어교육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 대부분 국가에서 영어가 의사소통 수단으로서 국제어로 간주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필자는 기회가 되면 가능한 많은 교사와 학생을 국제교류 프로그램에 나가라고 권장한다. 꼭 영어권 국가일 필요도 없다. 보고 배울 것은 영어권 국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다행스러운 것은 요즘 들어 교육환경이 많이 달라져 있다는 점이다. 한국학생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외국학생을 만나볼 기회를 가졌다. 최근에는 해외에 나갈 필요도 없이 한국에서 외국 학생과 함께 교류할 기회도 생겼다.

수학여행을 이용해 외국학생들이 한국 학교를 방문하기도 하고 교육부에서 초청한 해외 교사들이 한국학교에서 근무할 기회도 갖고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영어마을 같은 곳에 한국교사와 한국학생을 참여시키는 방법도 있다.

최근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교류를 원하는 외국 교사와 학생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인기 요인은 외국인 입장에서는 학교에서 배운 영어도 활용하고 한국문화도 체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관심 있는 일부 해외 교육청에선 국제교류 연수를 한국에 개설한 모양이다.

경기도 파주영어마을에는 일본 사가현과 아오모리현 같은 해외 지자체 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이 주관한 한일 교수법 연수, 국제이해교육 연수가 매년 열리고 있다. 작년부터는 교류연수가 초·중·고뿐 아니라 교대까지 파급됐다고 한다.

해마다 교수법 이론이 만들어지고 실험되고 있지만 각 나라에는 그 국가에 적합한 교수법과 통용되는 교수법이 있다.

필자가 사할린 한국교육원 원장으로 재직할 때는 러시아에서 한국의 교육을 벤치마킹하려는 시도가 많았다. 한국인은 한국은 사교육이 너무 강한 나라라고 으레 생각하지만 거꾸로 해외에서는 우리나라 공교육 시스템과 교수법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 경제성장의 힘을 교육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류의 영향도 매우 크다. 확실한 점은 비싼 항공료를 지불해가며 한국을 찾고 있는 교사와 학생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교류를 통해 문화적 정체성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여전히 대부분 한국 교사와 학생들은 외국학생들의 교육여행 행렬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대부분 "외국 학생들이 한국으로 영어도 배우고 문화도 체험하기 위해 한국에 온다는데 사실일까?"라고 막연하게 생각을 한다.
이 기회에 외국학생과 같이 방도 써보고, 공부도 해보고, 원하는 학생은 주말에 홈스테이도 해보자. 그리고 영어마을 같은 곳에서 열리는 합숙형 국제이해교육에도 참여하자. 말이 안 통해 불편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배운 영어만 잘 활용해도 충분히 가능하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은 학생은 지원하세요"라고 공지하면 놀랍게도 높은 경쟁률을 보였고, 학부모 문의도 많은 편이다.

혹자는 반일 감정 때문에 한국학생이 일본학생을 꺼려하고 태국은 문화적으로 먼 나라이므로 한국학생이 같이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지금까지 결과를 보면 예상은 빗나갔다. 우리가 간과했던 것은 여전히 한국 청소년들은 일본과 태국 등 외국에 대해 궁금해 하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외국 친구들과 함께 지내보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이런 경향은 고등학생 사이에서 더 두드러진다.

젊은 시절 교류는 정체성을 찾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교사교류를 관찰해 봤더니,
외국 교사 입장에서 교류는 한국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게 해주고, 교수법 비교 세미나를 통해 교사로서 정체성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로 작용함을 알 수 있었다. '한국인' 혹은 '일본인' 영어교사라기보다는 본인 스스로를 '아시아'의 영어 교사로 느낀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아시아 국가교사와 함께 팀 티칭(Team Teaching)을 하며 연대의식도 느껴보고, 이 가운데 서로 정체성을 확인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글로벌한 광경이 지금 우리 교단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학창시절은 본인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기이다. 젊을 때 겪었던 문화적 충격과 자극이 어른이 돼서도 잘 잊혀지지 않는 이유다. 분명 비영어권 국가이다 보니 구미권 국가에는 없는 약점도 있겠지만 학생들끼리 교류를 해보고 교사들을 만나다 보면 우리 교육이 가진 강점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역량을 발휘하는 글로벌 마인드를 지닌 리더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김윤수 부천 남중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