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학균
올해 연말에 발표될 10대 이슈 중 하나일 듯한 민선6기 지방선거가 끝났다. 지난달 30~31일 이틀간 치러진 사전투표를 합산해 53.7%의 투표율을 만든 124만4753명이 투표를 하며 마무리됐다. 이런 가운데 46.3%의 비투표자 수 106만4445명이 인천을 또 최하위 3번째 투표율 낮은 도시로 만들고 말았다. 인천은 전국 투표율 56.8%에 3.1% 못 미치는 불명예를 안았다. 투표율이 높았던 강원·전남·제주와 비교할 때 낯 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돈 타령'을 좀 해보자. 지방선거에 쓴 세금이 유권자 1인당 2만1622원이라는 수치가 나왔으니 인천에 쓰인 돈은 163명 일꾼을 뽑는 데 500억원, 비투표자로 인한 헛된 세금 230억원이 없어진 셈이다. 정말 한심하기 그지 없다. 그뿐일까. 미래가 좀 참담하다는 생각이 든다.
투표율을 놓고 이렇다 저렇다 말이 많으니 그 원인은 한 번 집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지역 정치인의 두께가 얇고 이슈가 부족한 점도 있지만, 정치에 대한 유권자 무관심과 불신의 깊이가 더 크다는 게 문제이다. 유권자 마음 밖으로 밀린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는 얘기이며, 시민의식 부족함이 만들어 낸 결과가 아닌가 한다. 다시 기약하며 '꼴찌'의 오명을 벗기를 너나 할 것 없이 원해보자.
한편으로 인천의 673개 투표소에서 저마다 괜찮은 사람으로 고른 163명의 당선자에게 축하를 한다. 가슴으로는 온 종일 비(悲)가 내리는 요즘, 이벤트성의 말잔치처럼 벌이지 말고 정당을 초월해 시민들을 위한 정치를 펴줄 것을 함께 주문한다.

내걸었던 공약(公約)으로 시작해 얼마 지나면 해 저문 공약으로(空約)으로 치부하는 정치권의 지나온 적폐(積弊)를 유권자들은 잘 알고 있으니 유념하길 바란다. 선거가 끝나고 말 바꾸기에 무감하며, 다시 때만 되면 달콤한 공약을 뿌려서는 곤란하다. 올해 지방선거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정치생명이 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지방자치와 지방분권 정착'에 어울리는 시정의 첫 걸음은 시민 목소리에 귀기울임이 첫째이며 끝이다. 그 이유로는 주인은 어디까지나 시민일진데, 뛰어난 정책일지라도 시민 삶을 배제하는 일은 백해무익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비극을 겪으며 나온 '바이마르 헌법'이 민주주의 교범임을 생각하며 시(市)에 적용해 보면 그 답이 보인다고 할까. 시인 김수영은 그래서 그렇게 말했나 보다. '민주주의를 알 때까지 쉼 없이 자라자'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게 무엇인지를 먼저 보여주며 환향(還鄕)할 수 있게 이정표를 놓는 당선인이 돼주길 빈다. 결과에 승복하며 겸허히 시민의 뜻을 받아들이는 패자의 아름다움도 보여주자. 지방선거에서 패한 이들은 당분간 방외지사(方外之士)로서 삶을 살겠지만, 지역의 정치를 위해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여유를 잊어서는 안 된다.
구체적인 정치의 길로 들어가 보면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까. 그 끝길에 보이는 것은 '국권', '국익', '국민'일 텐데. 이제는 정말 진영논리가 무익하다. 국민과 시민을 위한 정책을 펼쳐야만 민(民)을 살리는 길 아닐까. 진보는 회의하다 망하고, 보수는 훌륭한 두 발은 있으나 걷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고 했다. 회의 그만하고 걷는 법을 배워 살기좋은 내 땅, 인천을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