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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4~18일 '몽골-인천 희망의 숲' 조성을 위해 45명의 일행이 몽골 울란바타르 징기즈칸 공항에 내렸다. 내리자마자 아담한 시외버스터미널 같은 공항과 약간 매캐한 석탄연료 냄새 등을 느꼈다. 어디선가 맡았던 친숙함과 지나간 과거를 느끼게 해주는 추억을 호흡했다. 그렇게 몽골 땅에 첫 발을 디뎠다.

개발이 한창이던 지난 1960~70년대 한국에서 맡던 냄새, 타임머신으로 달려와 오래 전 한국을 다시 온 듯한 향수를 느낀 몽골과의 첫 대면은 친근함이었다. 이동하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광경은 한국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5월의 따뜻함 속에서도 벌판은 누런 황토색으로 펼쳐져 있고, 어딜 봐도 나무와 꽃의 푸르름은 찾아볼 수 없는 사막화 지역, 밖으로 나가기 무섭게 불어오는 모래먼지와 분진 같은 미세먼지. 양떼들은 비옥하지 않은 땅에서 영양실조 상태의 먹이풀을 찾느라 고단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한 해의 7개월이 혹한이라니, 식물이 생장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유목이 생활의 주요수단인 몽골 현지인 입장에서 늑대와 이리들의 출몰을 쉽게 막을 수 있으려면 나무숲은 장애물이라는 사실이 이 땅의 척박함의 이유를 알게 한다. 목자들에게 나무들은 유목에서 방해일 뿐 오직 풀들만이 필요한 것이다.

여러 이유로 몽골에는 나무가 거의 없다. 가도 가도 끝없을 듯한 광야가 누런 색뿐인 대지를 생각해보라! 사계가 뚜렷하고 아름다운 푸른 산을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우리나라의 환경이 얼마나 큰 고마움인지를 알게 된 것은 두고두고 몽골방문의 교훈이리라. 울란바타르에서 약 220㎞ 떨어진 다신칠링솜은 좀 더 시골스런 분위기였다. 함께 일하는 첫 날, 몽골 현지주민 한 명과 한조가 돼 구덩이를 파고 다음 날 근처 고등학생들과 함께 나무를 심는 작업을 했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아도 삽자루를 든 동지로서 그냥 '통함'을 찐하게 느낄ㄷ 수 있었다. 같은 피를 가진 동족애 같은 끈끈함이랄까? 우린 마주보며 자꾸 웃었고 가까워졌으며 일체감을 느꼈다.

어깨와 허리에 통증이 와도 구덩이 파는 일에 능숙한 그녀들, 젊은 아낙의 푸근함과 순박한 매력에 이끌려 중단할 수 없었다. 풍부함과 많은 혜택 속에서 살면서도 불평과 상대적 박탈감에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 한국여성들과 대조되는 몽골여성들. 아무 옷이나 걸쳐 입고 화장기 없는 얼굴은 발갛게 트고 궁핍해 보여도 해맑고 순수한 아름다움이 빛난다. 아마도 너른 대지와 자연의 척박함 속에서 순응하며 자연이 주는 에너지를 갖고 나름 소박한 행복을 추구하는 자연친화적인 삶이 그 원인일 게다. 그것이야말로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삶, 생태적인 삶, 개발위주의 방향이 아닌 조화를 지향하는 친환경적인 삶의 방식과 모습이 아닐까?

우리 일행은 첫 날 500여개 구덩이를 파고 그 다음 날 그 구덩이에 나무를 심는 일에 그칠 수밖에 없는 짧은 일정이었으나 푸른 아시아와 몽골 현지인을 통해 올해 1만2000그루의 나무를 심게 된다. 해마다 지속된 이 프로젝트는 이제 여러 해를 지나면 푸른 숲이 되고 숲에는 새들이 깃들이며 지하수가 흐르고 유실수가 열매를 맺는 광경을 볼 수 있으리라. 떠났던 현지인들이 다시 돌아와 게르를 짓고 마을이 활성화하는 그날이 올 것이다. 포플러 4000목, 비술나무 4000목, 우흐린누드 3000목과 함께 차차르강이라는 유실수도 이번에 1000목이나 심어 열매를 통해 지역에 소득을 주게 되니 일거양득이다. 이들의 생존율을 높이고 꾸준한 관심으로 물을 대주는 인내가 필요하다.

황토색깔의 몽골이 바뀌어 초록의 평야가 펼쳐지는 날이 오려면 '몽골-인천 희망의 숲 프로젝트'가 아닌 '몽골-한국 희망의 숲'으로 바뀌어야 한다. 전국 지자체가 더욱 많이 동참한다면 (현재 인천, 고양, 수원, 서울 참여) 우리가 지구촌에서 함께 숨쉬며 함께 살아가는 한가족임을 연결하는 푸르고 아름다운 자연사랑의 끈이 되고 지구촌은 푸르름의 세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무를 심는 지구촌 한 가족! 지구마을에 푸름의 옷을 입히는 귀하고 아름다운 일에 동참하자고 권하고 싶다. 지구촌 저 너머 어디인가에 내가 심은 자그마한 나무들이 여린 숨을 쉬고 있음을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즐겁기만 하다.

/남상인 인천YWCA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