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등 7개군구 개표 늦어져 … 오후 11시 넘어서도 발표안돼
지난 4일 인천 서구지역 개표소인 인재개발원. 6·4 지방선거 개표가 한창인 가운데 유독 서구의 개표 상황이 통계로 잡히지 않았다. 한 진행요원은 다급하게 누군가를 부르며 이름을 외쳤다. 투표용지에 오차가 너무 많이 나니 확인을 다시해달라는 이유에서였다. 개표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오후 11시30분 쯤에는 또 다른 진행요원이 마이크를 붙잡고 언성을 높였다. "표를 섞지 말아요! 진짜 섞지 말라고요!" 짜증섞인 목소리가 개표장을 뒤덮었다. 인천지역 선거관리위원회의 6·4 지방선거 개표가 기계 고장과 운영 미숙 등으로 타지역에 비해 늦어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개표 방송을 뜬 눈으로 지켜본 후보자와 유권자들은 새벽 무렵에서야 당락의 윤곽을 알 수 있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4일 투표 종료 후 오후 8시부터 개표 현황을 공개했다. 옹진군, 남동구, 중구의 개표 상황은 정상적으로 발표됐지만, 서구를 비롯한 7개 군·구의 현황은 늦은 밤까지 발표되지 않았다. 특히 서구는 오후 11시를 넘어서도 개표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개표가 늦춰진 가장 큰 요인은 개표보조원들이 개표 방법과 절차에 대한 숙지 부족과 미숙한 기계 사용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권자가 7장의 표를 각 투표함에 분류해서 넣어야 하지만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부족해 구청장과 시의원 투표용지를 다른 투표함에 넣어 이를 걸러내는데 많은 시간을 소요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개표기 작동까지 원활하지 않아 개표율 공지는 3시간 이상 늦춰졌다.

인천시 선거관리위원회와 서구 개표소 사이에 의사소통도 엉망이었다. 양측이 개표 통계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무려 2시간을 낭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개표작업은 다음날 오전 5시나 돼서야 끝났다.

서구 개표소를 찾았던 한 참관인은 "개표기 사용 도중 개표한 표를 묶어두는 고무줄이 개표기 안으로 들어가기도 해 이를 제거하는 데 시간이 지체됐다"며 "기계가 과열됐는지 중간중간 기계가 멈춰 10분씩 쉬는 시간을 가지면서 개표 시간이 늦춰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서구 지역의 개표가 늦어진 것은 개표기 고장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사전투표제가 도입되면서 사용된 봉투를 뜯는 데 소요된 시간이 개표 시간을 늦췄다"고 말했다.

/임선화·구자영·이미나 기자 lmn623@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