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보훈지청 보훈과 김우영
2012년 이맘 때쯤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었다. 일제 치하에서 고통을 받고 억눌려 지내던 조선인들에게 '각시탈'을 쓴 영웅이 나타나 위로와 희망을 준다는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였다.
당시 나는 수험생 신분이었다. 한국사를 공부하면서 근대사 부분, 특히 일제강점기 부분에서 책을 던져 버리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 아니었다. 일제의 만행에 저절로 주먹이 쥐어졌고, 가슴 속에는 나라사랑의 마음이 한가득 부풀어 올랐다.

평소 드라마를 즐겨 보지도 않고 공부하는 수험생의 입장에서 일분일초가 아까울 때였다. 하지만 때마침 방영되던 그 드라마는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영상을 통해 당시를 살았던 우리 선조들의 애환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고, 우리나라를 위해 일하고 싶다는 마음을 더욱더 키워갈 수 있었다.
우연이었을까. 보훈공무원이 돼서 내가 처음으로 맡은 업무 중 하나가 바로 독립유공자와 그 유가족 분들을 예우하는 일이었다. 공무원으로서 어떤 일이든 중요하지 않은 일이 없겠지만, 나는 맡은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가졌고 또한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데 무척 감사했다.

평소에 '친일파 후손들은 지금도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살고 있는데, 왜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의 후손은 어렵게 생활하고 있을까' 생각하면서 마음이 아팠었다. 그런데 그 분들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국가유공자에는 독립유공자뿐만 아니라 참전유공자, 전몰·전상군경, 순직·공상군경, 무공·보국수훈자, 4·19 및 5·18 민주유공자 등 다양한 분이 포함된다. 국가보훈처에서 일하기 전까지는 이렇게 많은 분이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애쓰셨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새내기 보훈공무원으로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국민을 최고로 예우하는 일이야말로 그 공훈에 대한 보답을 하는 것이다. 즉 보훈이며 또한 그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애국심을 함양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보훈은 대한민국의 과거·현재·미래입니다'라는 문구처럼 과거 우리 보훈대상자들의 희생과 공헌이 헛되지 않도록 그분들을 예우하고 지원하는 정책을 넘어 이제는 국민의 나라사랑 정신을 높이기 위한 체계적인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6월은 현충일이 있고, 6·25전쟁과 제2연평해전이 일어났던 '호국보훈의 달'이다. 정부에서는 매년 6월 한 달을 호국보훈의 달로 지정해 중앙과 각 지방에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명복을 비는 추념행사를 거행한다.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의 희생과 정신을 기리며 예우·감사의 뜻을 표하는 한편, 온 국민이 함께 할 수 있는 화합과 단결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펼치고 있다.

아직까지도 일부 시민은 정부기념일이나 국경일을 그저 하루 쉬는 날 정도로 생각하기도 하는데, 보훈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가까운 데서부터 출발한다.
돌아오는 현충일에는 경건한 마음으로 가족과 함께 근처 현충시설을 찾아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선열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며 의미 있게 하루를 보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