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설 희망교육연구소장
세월호 참사로 수많은 사람이 희생됐다. 우리 역사에 오점을 남기고 전 세계에 부끄러운 대한민국 민낯을 보였다. 전국을 초상집으로 만들고, 온 국민을 슬프게 했다. 특히 고등학교 학생들의 희생을 보면서 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더욱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우리는 남편을 잃은 사람을 과부나 미망인이라고 하고, 아내를 잃은 사람을 홀아비라고 하며, 부모를 잃은 사람을 고아라고 한다. 그러나 자식을 잃은 사람을 부르는 말은 없다. 신도 가슴이 너무 아파서 그 이름을 만들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다. 우리는 이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고 희망을 갖고 다시 일어나야 한다. 희생자 유가족과 슬픔을 같이 하면서 그들이 용기와 희망을 갖고 일어설 수 있도록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도와주고 격려해 슬픔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윗의 반지'라는 말이 있다. 어느 날 다윗왕이 반지 세공사에게 반지를 하나 만들라고 하면서 그 반지 안에 문구를 새겨넣으라고 명령했다. "내가 슬프고 괴롭고 죽을 것 같은 어려움에 빠져 절망하고 포기하고 싶을 때 그 난관을 이겨나갈 수 있고, 내가 권력과 부와 명예를 얻어 아주 행복하고 성공과 기쁨에 넘쳐 있을 때 자만하고 오만해져서 실수하지 않도록 상기할 수 있는 글"이었다. 세공사가 도저히 그러한 말을 생각해낼 수 없어서 고민을 하다가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 지혜를 구했다. 솔로몬 왕자는 깊게 생각하더니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문구를 넣으라고 했다. 그래서 세공사가 그 말을 넣어 다윗왕에게 드렸더니 크게 기뻐했다고 한다. 물론 어렵고 힘들지만 지혜와 용기를 내 이겨나가야 한다.

한동안 신문과 방송을 떠들썩하게 했던, 짐승만도 못한 부모와 계모 이야기가 있었다.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칠곡의 계모, 게임에 중독돼 아이들을 돌보지 않아 죽게 하고 쓰레기봉투에 버린 아버지, 골프채로 아이들을 때리는 부모, 아버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아들, 각종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 등 정말 입에 담기조차 힘든 일이 일어난다. 금수와 같은 인간들이다.

그러나 사람보다 훨씬 나은 짐승들이 많다. 그중에서 남극의 황제펭귄은 영하 50도의 극한 추위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운다. 암컷은 알을 낳아 수컷 발위에 올려주고 수컷은 몇 초만 밖으로 드러나면 얼음으로 변할 알을 지키기 위해 그 추위에 암컷이 먹을거리를 구해올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부동자세로 알을 지킨다. 그런데 암컷이 돌아오지 않으면 수컷은 부화한 새끼를 위해 비상수단으로 굶주린 자신의 위벽이나 식도 점막을 토해내 새끼에게 먹인다고 한다. 그것이 '펭귄 밀크'라고 부르는 아버지의 젓이다. 운동선수들이 어깨동무로 밀집해 원을 만들고 서로 격려하는 것을 허들링이라고 하는데, 펭귄들도 혹한의 추위에서 살아남기 위해 허들링을 한다. 알을 품은 수컷들이 몸을 맞대 밀집된 똬리를 틀고 서로의 체온으로 바깥보다 10도나 높은 따뜻한 내부공간을 만든다. 그러면서 밖에 있는 펭귄들과 조금씩 안으로 교대를 하면서 무리전체가 소용돌이처럼 돌아간다. 이것이 남극 펭귄들이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며 함께 살아가는 사랑과 협동의 정신이다.

'네가 살아야 내가 산다'는 펭귄들의 지혜와 사랑과 협동이 지금 우리에게 절실하다. 세월호 참사와 비정한 부모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 있음을 안다. 사람으로 태어나 짐승으로 살지 말고 진정한 사람으로 살기 위해선 펭귄들의 삶에서 우리 인간이 한 수 배워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