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의 창 ▧
# 1. 푸른 숲 파먹는 불법경작

시원한 바람과 푸른 산에 이끌려 어느 휴일 동네 지인들과 집 근처 둘레길을 걸었다. 도시화한 인천에서 매우 중요한 휴식처이자 녹색허파일 녹지축을 따라 굽이굽이 길이 만들어지고, 많은 이가 찾고 있었다. 그런데 산자락 양지 바른 곳과 산중 평지 등 사방에 크고 작은 불법경작지가 버젓이 펼쳐진 모습이란. 몇몇 밭주인(?)인 듯한 사람은 부지런히 작물을 가꾸고 울타리를 손 보는 등 숙련된 농사꾼에 손색 없어 보였다.

불법경작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단속을 해도 백약이 무효일 뿐 '준법'이 민망한 대목이다. 곳곳에 박아놓은 현수막과 경고판이 안쓰러울 정도다. 산중 불법경작지는 분명 산의 식생을 훼손하는 동시에 공공재를 사유화하는 이기심의 한 형태이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 '지나친 부지런함'이며 이웃과 자연에 대한 배려 없는 '이기적 이익활동'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녹지에 대한 불법경작 실태조사조차 지역주민과 경작자 등의 이해관계, 그리고 일단 무단 점유된 불법경작지도 '내것'이라는 소유의식에 따라 반발이 일어나는 등 구조적으로 손을 대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결코 적지 않은 면적에 이를 산중 불법경작지들을 보며 환경을 위한 정책과 제도를 이야기하고 온실가스를, 수도권쓰레기매립지를, 갯벌을, 갈수록 개발 삽날 아래 무너져가는 녹지를 걱정하는 우리가 이율배반적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또 공무원과 정치인을 질타하던 목소리에서 앞으로 자신감이 빠질 것 같은 소심함마저 느꼈다. 사소한 일들이지만 우리 삶터를 풍요롭고 쾌적하게 만드는 방법이란 나를 제외한 타인에게서, 먼 곳에서 찾을 게 아니란 사실을 돌아봤다. 그리고 이론으로만 알던 '공유지의 비극'을 현장에서 느낌으로 배웠다.

# 2. 달력 위에 표시된 날들

저탄소 친환경생활에 대한 실천의식을 확산하고 기후변화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된 기후변화주간이 지난달 지났다. 지구의 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제정한 '지구의 날'(4월 22일)을 정점으로 4월17~23일이었다. 세월호 여파로 예년에 비해 행사와 사업들이 대폭 취소돼 올해는 크게 관심을 끌지 못했다.

다가올 환경 기념일로는 '환경의 날'(6월5일)이 있다. 산업과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달에 따라 환경오염이 깊어지면서 세계 각국은 국제협력을 통해 환경오염에 공동대처할 필요성을 인식해 만든 날이다. 기후변화주간, 지구의 날, 환경의 날이 달력 위에 존재하게 된 역사와 의미, 우리를 향한 '몸짓'이다. 국가적 연대와 정책처럼 거대한 사안을 다뤄보다는 취지만으로 이런 날이 있지는 않다. 오늘 우리는 대책 없이 녹아내리는 남극의 빙하와 지구적 환경오염을 크게 우려하지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인천지역의 환경적 건강은 어떤지도 걱정해야 한다. 또 앞으로 상황은 어떨지에도 큰 관심을 둬야 한다.

# 3. 그린시티 인천, 어떻게 만들 것인가?

'2014지구의 날 인천위원회'는 예정된 기후변화주간 행사와 지구의 날 기념식을 취소하는 대신 '그린시티 인천,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주제로 시민 설문조사를 벌였다. 350여명이 참여한 이 설문 분석에선 환경과 관련한, 그래서 친환경 도시로 가기 위한 열쇠는 '시민'에게 있다는 중요한 결과를 얻었다. 행정분야의 역할을 강조하며 미흡함을 중점적으로 지적하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인천이 그린시티에 어느 정도 가깝다고 생각하는냐는 질문에 약 75%(260명)의 응답자가 '그린시티로 가려면 아직 멀었다'는 쪽으로 반응했다.

이어 인천이 그린시티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선 43%(152명)가 '환경을 보호하려는 시민의식의 문제'를 꼽았다. '인천시의 환경정책, 제도의 문제'는 35%(123명)로 2위였다. 그래서일까. 그린시티를 위한 방법으론 '시민의식의 개선과 참여'46%(162명), '인천시의 강력한 환경정책, 제도 구축' 41%(144명), '인천시 지도자들의 환경의식 강화' 24%(85명) 등을 제시했다. 인천이 그린시티이기 위해 어느 집단의 힘이 가장 필요한지에 대해선 '시민(168명)', '시민·환경단체(74명)', '인천지역 지도자(53명)' 순이었다.

이밖에 그린시티 인천을 위해 가장 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계양산을 비롯한 인천의 숲, 녹지 보전', '발전소, 항만, 인천공항 등 국가시설에서 내뿜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문제', '갯벌, 해양, 도서 지역에 대한 환경보전 노력', '황사, 미세먼지, 악취 등 대기오염 문제 해결' 등 그간 논란을 빚어온 환경현안 전반을 반영했다.

# 4. 오늘, 인천에서, 우리는

이번 설문을 통해 우리는 시민사회의 책임과 순기능, 중대 생활환경 개선 추진과 현안해결에 대한 주문이 시민사회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읽을 수 있다. 시민 개개인의 의식과 친환경적인 생활, 지역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 역시 기본 사항일 터이다. 그린시티를 위해 시민과 환경단체 관계자들의 힘이 아주 중요하고 필수적인 요소라면 시민들의 의식 개선과 환경 개선 활동 참여, 당장 할 수 있고 가장 가깝게 영향을 받는 환경요인에 대한 개입 등은 모두 시민사회 내에서 이뤄질 일이다. 그리고 그 한 사례가 녹지 곳곳을 파먹고 있는 불법경작의 종식으로 대표될 것이다. 건강한 녹지는 온실가스의 훌륭한 흡수원이면서 악취와 미세먼지를 잡아주고, 인천시민들의 쉼터로서 후손들까지 두고두고 이용해야 할 자연 공공재이다.

/지영일 그린스타트인천네트워크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