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종 인하대 국제언어문화학부 교수
선거철만 되면 후보단일화가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야당 간 단일화가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정당공천도 없는 교육감 선거에서 단일화는 생각해볼 문제이다. 더구나 이념적 색채로 단일화 논의가 진행되다 보니, 진보진영의 단일화가 결정되면 나머지는 본의 아니게 보수진영 단일화 논의 테이블에 앉아야만 한다.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단일화를 강요받는 모양새다. 여당과 야당에서 공천이라도 받는 듯한 행위이다.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와 진보라는 대립구도는 국민 분열을 부추기는 정치판 싸움으로 되기 십상이다.

정당정치를 하고 있으니 당의 공천 없이 선거에 나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당연히 정치에 뜻을 둔 자는 정당에 가입하고 당의 공천을 받기 위한 사투를 벌여야 한다. 공천을 받아 선거에 승리해도 결국은 정당에 예속돼 개인의 소신보다는 당리당략을 위해 한 몸을 던져야 한다. 이런 정당정치 폐해를 지적하며 적어도 교육에서만큼은 정치판에서와 같은 추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 정당 공천 없는 교육감선거이다. 그런데 그런 애초 의도와는 다르게 정당의 자치단체장 후보가 교육감 후보와 연계해 선거전을 펼친다면, 모든 교육감후보가 정당과의 관계를 제일의 선거 전략으로 내세우며 정당정치에 편승할 수밖에 없다.
교육감은 인물로 선출해야 한다. 교육감 선거를 억지로 보수와 진보의 틀 속에 집어넣어 여야의 정치싸움처럼 만들어선 안 된다. 선거가 보수와 진보의 진영논리에 빠지면 검증해야 할 능력이나 자질 등을 평가하는 선거이지 않다. 보수와 진보의 단일화가 거부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된다 해도, 한국의 미래를 좌우하는 교육계의 수장은 균형 감각이 있는 훌륭한 인물을 선택해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으로 보수와 진보적 가치를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구현해야 할 것이다.

교육계가 극한대립을 보이는 정치에 예속되다 보면, 정치권의 흑백논리 진흙탕 싸움에 가세할 수밖에 없어 교육정책에 불협화음이 일고 만다. 교육감 선거에 보수나 진보의 대표가 정해진다 해도 이념의 잣대가 아니라, 교육기관 수장으로서 능력과 자질을 평가하는 선거이어야 백년지대계의 교육을 실현할 제대로 된 교육감을 선출할 수 있다.
정치권은 교육감 후보를 정당 간 대리전처럼 만들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오히려 여당이든 야당이든 양당이 다 지지할 수 있는 적임자가 나오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여러 당의 지지를 얻은 후보가 복수로 나와 그들이 인품과 능력과 공약 등으로 국민들의 평가를 받는 선거로 된다면, 정당의 색깔과 관계 없는 교육감이 선출된다. 그러면 어느 당 사람이 자치단체장으로 되든 서로 협력이 가능하며, 교육정책을 소신 있게 펴나갈 수도 있다. 또한 어느 당으로부터도 지지를 받지 못한 자가 선거에 나오기는 어려울 테니, 후보 난립은 정당의 지지 유무로 자연스럽게 정리할 수도 있다.
거대한 교육계를 교육감 1인이 이끌어가는 구조인 만큼 그 리더십의 중요성은 정말 크다. 다행히 최근 교육감 선거가 안방 잔치에서 벗어나 대학교수, 총장, 장관 등 중량감 있는 인사가 나서고 있어 교육감의 위상은 물론 교육계 발전에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커다란 조직을 이끌었다고 무조건 긍정적일 수만은 없다. 재임 중 과오나 부정은 없었는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소통과 기여는 있었는지, 구성원들의 지지 속에 조직을 성공적으로 발전시켰는지 등의 종합적 검증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