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의 창 ▧

그린시티(green city) 표방이 부쩍 늘었습니다. 지난 2012년 녹색기후기금(GCF, Green Climate Fund)의 송도유치 이후의 일입니다. 인천은 그린시티, 즉 녹색도시를 지향한다는 말입니다.

지난달 지구의 날에는 시민단체가 그린시티 인천을 위한 토론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인천시는 그린스타트 인천네트워크와 함께 저탄소 녹색생활 실천과 저탄소친환경 아시안게임을 위한 녹색도시만들기 전국UCC공모전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6·4 지방선거 공약검증에서도 드물게 그린시티가 언급되고 있습니다.

그린시티는 인간이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조성되는 녹색도시입니다. 이를 달성하려면 공해 발생과 자연 파괴를 줄여야 합니다.

그린시티는 지난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리우회의(rio summit) 이후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ESSD)의 전제 하에 전 세계 도시지역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환경보전과 개발을 조화시키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서 나타난 개념입니다. 신도시(검단, 동탄2, 아산탕정 등) Zero에너지타운, 에너지자립마을, 저탄소녹색마을 등의 저탄소 시범마을 조성사업이 좋은 예입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는 하수 재이용률 40%, 폐기물 재활용률 76.3%, 친환경 건축(LEED) 인증, 국내 최대 녹지율(32%)을 자랑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송도는 그린시티의 여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추구하는 저탄소 친환경 모범지역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그러나 송도는 인천의 일부이므로 그린시티 인천 전체를 대표하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습니다. 그린시티를 표방하는 인천은 안성시의 2010년 환경부 그린시티 선정, 2012년 녹색성장위원회 생생도시(ecorich city) 국무총리상 수상, 2013년 산림청 녹색도시 우수상, 배출업소 환경관리 환경부 장관상 수상을 새겨야 합니다. 그리고 전 지역을 아우르는 그린시티 한계에 봉착한다면 일부 지역의 슬로시티(slow city) 지정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슬로시티는 유유자적한 도시, 풍요로운 마을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치타슬로(cittaslow)의 영어 표현입니다. 1999년 10월에 시작됐습니다.

당시에 이탈리아 그레베 인 키안티(Greve in Chianti) 소도시의 전 시장과 몇몇 시장이 위협을 받는 달콤한 인생(la dolce vita)의 미래를 염려해 펼친 운동입니다.

이 운동은 느리게 먹기(slow food), 느리게 살기(slow movement)로 출발해 느리게 걷고, 느리게 생각하고, 느리게 생활하는 철학을 담았습니다. 그 기술은 느림(slow), 작음(small), 지속성(sustainable)에 두었습니다. 그리고 그 방향은 성장에서 성숙으로, 삶의 양에서 질로, 속도에서 깊이와 품위로 나아가자는 것입니다.

슬로시티에는 2013년 6월 현재 27개국 174개 도시가 지정됐습니다. 한국에도 11곳이 가입했습니다. 그곳은 전남 신안 증도, 전남 완도 청산, 전남 담양 창평, 경남 하동 악양, 충남 예산 대흥·응봉, 경기 남양주 조안, 전북 전주한옥마을 풍남동·교동, 경북 상주 함창·이안·공검, 경북 청송 부동·파천,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 충북 제천시 수산·박달재 등입니다.

인천의 그린시티 지향은 내륙보다 중부권의 섬 문화와 자연을 슬로시티 지정과 연관시켜 볼 만합니다. 인천에는 173개 섬 중 41개가 유인도입니다. 그 중에는 1960~1970년대 시골장터가 남아 있는 교동도, 1960년대만 해도 민어·조기·새우가 많이 잡혀 파시가 열렸던 울도, 갯벌의 삶과 함께 한 장봉도, 1940년대 고래잡이가 성행했던 대청도 등 슬로시티 기본 요건을 구비한 섬들이 있습니다.

만약 슬로시티 요건을 벗어난다면 자연과 전통문화, 지역커뮤니티 활성화와 같은 중요한 슬로시티의 평가 항목 몇 가지를 중점적으로 시정에 반영할 만합니다. 슬로시티는 빠름과 느림, 농촌과 도시, 로컬과 글로벌의 조화로운 삶과 중도를 찾기 위한 처방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린시티 인천, 참 좋은 말입니다.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