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희-필앤컴퍼니 대표이사

창단 11년 만에 인천유나이티드가 '파산 위기'에 놓였다. 2013년 9월 기준 총부채가 135억원이다. 송영길 시장 취임 후 인천구단 대표이사와 간부진이 바뀌면서 전 대표이사 측에게 물려받은 자산 120억(현금100억)을 모두 잠식하고도 그만큼의 부채를 발생시켰다. 계산대로라면 1년에 약 80억원의 적자 운영을 했다. 어쩌다 인천구단이 이 지경일까?

시민구단 수입원은 크게 두 가지이다. 우선 기본적으로 광고대행료와 입장료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부분에선 대표이사 이하 구단 프런트의 능력 여하에 따라 구단마다 어느 정도 금액 차이를 낸다. 다음으로 훨씬 더 중요한 수입원은 기업후원금이다. 이는 구단 대표이사 능력만으로는 될 수 없고, 구단주 역할이 사실상 후원금액을 결정하는 게 현실이다. 안상수 시장 재임 때는 인천시 건설경기 등 경제적 환경이 좋았던 시절이라 구단 운영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반면 송영길 시장이 구단주로 된 후에는 기업후원이 많이 줄었다. 그 이유로는 인천 경기가 나빠서일 수도, 또 구단주 역할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

송영길 구단주 출범 후 처음 임명한 조건도 대표는 두 가지 문제점을 낳았다. 첫 번째는 그동안 인천구단 최대 스폰 기업이었고 본인이 재직 중이던 쉐보레에서 스폰을 유지시키지 못한 것이다. 그만큼 기업들의 후원금 유치에 실패했다. 두 번째로는 재임 기간 허정무 감독에게 밀려 대표이사직을 제대로 수행을 못했다는 것이다. 구단 자본금의 대부분이 이 때 선수 스카우트 등 감독에 의한 구단 전력 강화 명목으로 무리하게 쓰였다. 구단 조직도는 크게 프런트와 선수단 둘로 나뉜다. 프런트는 수익사업 홍보 마케팅과 경영지원 등의 업무를 하면서 구단 살림을 하는 입장이니, 예산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의 지출을 한다. 반면 감독 입장에선 좋은 선수를 영입해 성적을 내려다 보니, 무리한 자금지출을 원하는 상반된 입장일 수밖에 없다.

필자 생각에는 합리적인 힘의 균형점은 프런트 55% 선수단 45%의 비율이라고 본다. 감독 권한이 막강해 구단 형편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선수 영입을 해도 잘못이고, 반대로 대표이사 권한이 막강해 선수 선발과 작전권 등 감독 고유권한까지 흔드는 월권행위도 막아야 한다. 불행하게도 인천유나이티드는 창단 이후 지금까지 이런 비율로 운영되지 않았다. 그 결과 인천구단 파산 위기를 빚었다고 생각한다. 조건도 대표이사 사퇴 후 인천시 문화체육관광국장 출신인 조동암 대표이사가 임명됐다. 개인적 견해로는 송영길 구단주가 기업스폰을 받기위해 임명했던 기업가 출신 대표이사에게 한계를 느껴 인천시 체계에 의한 구단운영을 하고자 현 대표이사를 임명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부터 인천시에서 구단 운영자금으로 25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 최고 연봉의 유명감독, 고액연봉의 유명선수를 누가 마다하겠는가. 인천을 제외한 5개 시민구단은 2부 리그로 떨어지고 싶어서 떨어졌겠나. 지난 3년간 인천구단은 타 시민구단보다 거의 두 배 가까운 운영자금을 사용했다. 그렇게 투자해서 얻은 게 '봉길 매직'이란 말이고, 시민구단으로서 경남과 함께 1부 리그 잔류라는 성과다. 하지만 그 성과를 내려다 파산 위기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이제부터라도 인천유나이티드는 시민구단다운 운영을 해야 한다. 최소한 프런트와 감독 간 균형을 잡아줄 수 있는 대표이사를 임명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의 파산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