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권홍-원광대교수

인천 남구청의 이슬람 사원 신축 불허가처분이 행정처분의 적법성 여부를 넘어 종교·문화적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이슬람 국가들의 아시안게임 참석 여부까지 거론되는 지경이다.
종교와 정치는 나뉘어 한다는 정교분리의 원칙이 역사 속에 자리를 잡은 세월은 그리 길지 않다. 중세 천주교의 전횡에 대한 반동으로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서구사회에서 정교분리가 이뤄지고 하나의 헌법적 원칙으로 지켜지고 있다. 하지만 많은 이슬람 국가에서는 아직도 종교와 정치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이슬람 경전이 생활전범이고 정치의 기준이기도 하다. 살아 있는 법으로 구현되고 있다.

학문적으로 또는 이념적으로는 정치와 종교, 종교와 법이 분리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교분리가 헌법에 명시된 우리나라에서도 종교단체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막강하다. 선거 때만 되면 정치인들이 교회로, 그리고 절로 얼굴을 내보이고 다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법은 종교와 다르다는 순수법학이 학문적 대세이지만, 현실은 또 그렇지 않다. 형법의 근간이 종교적 계율에서 왔고, 민법의 중요한 이론적 배경도 종교에서 찾을 수 있다. 사람을 죽이지 말라, 네 이웃을 해하지 말라는 계율들이 법률 속에 녹아 있는 것이다.

이슬람법은 이슬람경전에 따라 술과 담배 등을 완전히 금지하며, 도박처럼 비도덕적인 일에 투자하는 것은 물론 위험이 아주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요구되는 것보다 더 높은 도덕적·법적 기준이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다른 문화의 수용과정에서 많은 갈등을 겪었지만, 이를 조화롭게 받아들이고 재창조해서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 왔다. 기독교, 불교, 천주교, 민족종교, 심지어 샤머니즘까지 공존하면서 종교적 내분 같은 심각한 사회적 갈등이 없다는 것은 우리 문화의 장점이고 자신감이다.
그런데 우리는 유독 이슬람 문화에 대해서는 우호적이지 않다. 몇 년 전 이슬람 자금의 국내 진출과 관련된 '수쿠크법'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종교적 이유로 국내 법령의 제정에 실패했다. 이런 논리라면 이슬람 문화권인 중동에서 생산된 석유·가스도 수입하지 않아야 한다.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로부터 목재나 석탄, 철광석 등을 수입하는 것도 반대해야 한다. 돈과 물건은 다르다고 주장하겠지만, 그 물건을 수입한 우리가 대금으로 지급한 달러가 이슬람 달러이기 때문에 옳지 않다.
이슬람은 테러집단이고 '악(惡)'이라는 무의식적 편견이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살펴봐야 한다. 일부 이슬람 집단이 악인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적인 이슬람 시민들은 종교와 문화에 따른 삶의 방식이 우리와 약간 다를 뿐 그저 선(善)한 사람들이다.
남구청의 건축허가 불허가 원인은 주차장 1면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 지금까지 이런 처분에서 비슷한 사례는 없었는지, 혹시 법률적 판단보다 종교적인 압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거부처분을 한 것은 아닌지, 아니면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판단은 아니었는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건설기간 중 적절한 고지와 지도 등이 이뤄지고, 거부처분 전에 다른 대안을 제시했어야 한다는 아쉬움도 떨쳐버릴 수 없다.
인천시가 관련 행정심판을 미룬다고 해결된 문제가 아니다. 현명하고 공정한 인천시의 절차와 판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