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문화 2014년 봄호' 발간
   
▲ <황해문화 2014년 봄호>(통권 82호·432쪽)새얼문화재단 9000원


국정원 선거개입·복지후퇴

경제·정치적 양극화 심화

녹록찮은 불편한 사회진단

'잃어버린 사람~' 새연재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어느덧 1년이 됐다. 황해문화 2014년 봄호는 박근혜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다루고 있다.

취임 이전부터 '독재자의 딸'이란 평가와 더불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자 보수 진영의 대통령이지만 복지국가·경제민주화 담론 등 박근혜 대통령이 가진 특수한 입장으로 인한 유연한 정책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1년이 돼 가는 지금 우리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고위공직자 인사파동과 대통령 대변인의 방미외교 중 성추문 등을 비롯해 개성공단 폐쇄 등 남북관계의 경색, 대선 직후 불거진 국정원의 선거개입 논란을 비롯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논란과 이에 따른 검찰총장직 사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사건과 청와대의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 등 수없이 많은 사건들로 임기 첫 해 내내 국정은 혼미를 거듭해왔다.

1997년의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은 대한민국의 경제를 여전히 불확실성의 상황으로 끌고 가고 있으며 서민경제 역시 양극화의 고통으로부터 회복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뒤이어 금융사와 증권사의 부실로 인한 매물이 쌓이기 시작했고, 동부그룹, STX 등 대기업들 역시 부실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은 요지부동이다. 불편해도 그것이 사실이고 진실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1년, 비록 처음엔 지지하지 않았더라도 어쨌든 선거를 통해 집권한 정부이니 만큼 잘 되길 바라던 사람들까지도 실망시키는 일이 반복됐다.

가장 실망스러운 일은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한 사건을 대하는 박 대통령의 태도이다.

비록 자신이나 자신의 정부가 직접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직전 정부에서 강력한 국가기관이 벌인 일이니만큼 국가지도자로서 일단 사과하면서 다시는 국가기관에 의한 그런 불법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국정원을 개혁하겠다고 말하고, 그 불법행위에 대해 엄중한 조사와 응당한 처벌을 강조했어야 했다.

그렇게 사과한다고 정치권력 자체가 위험해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대통령은 위기를 정치적 기회로 전환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렇게 하지 않으니, 작년 일년 동안 그로 인한 혼란과 국가적 힘의 낭비가 이어졌다. 사퇴하라는 요구가 나오게 만든 일차적인 책임도 대통령에게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박근혜는 합리적으로 정부를 이끌고 국민을 대하지 못했다.

물론 '대통령 자진 사퇴'라는 식의 주장이나 요구에 대중이 동의하기란 쉽지 않다.

더 큰 혼란이 올 우려도 있고, 또 어렵게 이룬 평화적 정권교체 체제를 그나마 유지하는 것이 좋은 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무거운 이유도 있다.

이것은 잘 지적되지 않는 점인데, 비민주적인 정부의 권력자이든 민주적인 정부의 권력자이든 그렇게 쉽게 혹은 착하게 물러나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은 단지 그 권력자가 악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권력 체제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끈끈함 혹은 그 체제에 대해 사람들이 맺는 관계의 끈끈함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 권력이 자진 사퇴하기를 바라는 일은 권력을 잡고 또 놓지 않으려는 권력의지의 끈질김을 과소평가하는 일이기도 하다.

어쨌든 거대한 권력 체제가 한 번 등장한 후에 그것이 '자진 사퇴'를 바라는 말이나 요구는 권력 체제를 차분하게 혹은 냉정하게 분석하거나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듯하다.

제도로서 시스템이 자리잡을수록, 권력자가 자진사퇴하는 일은 일어나기 어렵다.

더욱이 지지도가 여전히 높은 정권이라면, 더 그럴 것이다. 바로 이 지지율이 그토록 실망스러운 박근혜 정부의 지난 일 년에 대한 사실 혹은 불편한 진실 가운데 핵심적이다.

황해문화는 특집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지난 일 년에 대한 사실 혹은 사실들을 밝혀보고 있다.

불편한 진실을 대중이 감수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이며, 박근혜 정부 1년 동안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대안 세력을 성찰하여 우리가 이와 같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도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있다.

대한민국의 전형적인 보수주의자이지만 진보 성향의 학자들로부터 '비판적 보수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 언론인 남재희 선생은 이번 특집의 총론 격인 '실망하여 되돌아보는 박 정권 1년'에서 새누리당이 대선 직전 복지국가,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전면에 내걸어 대통령에 당선됐으나 집권하자마자 재정문제 등 여러 어려운 여건을 해결하면서 공약을 추진하려는 용감함을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재벌 등 대기업의 저항을 피해 증세하지 않고 노동계층을 억압하고 극우세력과 손잡았다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는 오랜 공직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박근혜 정부가 국내문제와 외교문제 모두에서 난관에 부딪히더라도 용감하게 맞섬으로써 슬기롭게 해결해나가기를 바란다고 충언한다.

장덕진 교수(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박근혜 정부 지지율의 비밀 - 정치적 양극화'에서 2012년 대선 후보별 세대별 득표율과 2013년 1월의 대통령 직무수행평가를 토대로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세대별, 지역·사회경제적 지위별 정치적 양극화가 대선 이전보다 더욱 공고해졌으며 이를 바탕으로 정치적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음을 확인한다.

높은 지지율의 이면에 숨겨진 이러한 정치적 양극화 현상은 정권이나 국민 모두에게 결국 불행을 가져오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칼럼니스트 박권일은 '종북몰이의 내적 논리―치안사회론'에서 종북몰이가 우리 사회를 치안에 사로잡힌 사회로 만들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김동춘 교수(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우익 대중단체의 분기와 그 조건'에서 한국의 우익단체들이 지난 몇 년 동안 어떻게 폭력적인 활동을 했는가를 짚어준다.

이광일 박사(한신대 HK연구교수)는 '정치부재의 시대, 대안세력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서 지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자유주의 정부로 규정하면서, '진정한 진보'의 관점에서 왜 자유주의가 제대로 된 대안이 되기 힘든지에 대해, 그리고 더 나아가 현재 진보정당이나 민주노총조차도 '진정한 진보'의 관점에서 왜 대안이 되기 힘든지에 대해 언급한다.

새로운 연재와 비평도 눈에 띈다. 권혁태 교수(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의 '잃어버린 사람을 찾아서'는 국가 만들기 과정에서 지금 국가를 구성하는 이야기와는 다른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연재의 첫 번째 인물로 1969년 한국에서 일본으로 밀항해 북으로 건너간 탈영병 정훈상의 자취를 짚어가며 그가 죽음을 무릅쓰고 북행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힌다. 서경식 교수(도쿄대 교수)가 만난 '우리/미술 순례' 다섯 번째 인물은 어릴 적 벨기에로 입양간 행위예술가 '미희(나탈리 르므완)'이다.

'인천문화지리지'는 이번에 최근 <관능의 법칙>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고 있는 인천출신 영화감독 권칠인을 만나 그가 어린 시절 영화감독의 꿈을 키웠던 추억의 명소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해방을 전후한 시기 인천에서 살았던 주변부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화에 담고 싶다는 소망을 들어본다.

/김진국기자 freebird@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