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부 여인의 품격 … 우아한 茶香

   
▲ <조선시대 여성의차문화와 규방다례>이귀례 지음535쪽 4만5000원 민속원
조선시대 여성의 차 문화를 역사적으로 추적한 책이 나왔다.

㈔규방다례보존회 이귀례(무형문화재 11호 규방다례 기능보유자) 이사장이 책임 저술한 <조선시대 여성의 차문화와 규방다례>(민속원·535쪽)은 조선시대 여성들의 내밀한 차문화를 관조적으로 바라본 책이다.

조선시대 여성들의 차 문화는 그들만의 생활공간인 규방에서 이뤄져 왔다. 여성들의 차 문화이기에 아름다운 맵시가 담겨져 있으며, 사대부가 여성들이었기에 우아한 격조가 스며 있었다.

이를 가리키는 말이 '규방다례'다.

   
▲ 규방다례보존회 이귀례 이사장이 전통차를 따르고 있다. /사진제공=규방다례보존회
이귀례 이사장은 김경미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를 비롯, 여성생활사 전공자들과 함께 연구진을 구성해 규방다례의 역사적 흔적을 찾는 작업을 시작한 때는 지난 2010년.

이때부터 실록을 비롯한 관찬사서들은 물론이고, 개인의 문집, 시집, 고전소설 등을 비롯한 많은 자료들을 대상으로 조사와 분석을 병행했다. 현장도 찾아다니며 틈틈이 기록을 했다. 이귀례 이사장이 총책임자로 나서고 가천대학교 최소연 교수, 가천박물관 심효섭 박사, 이화여자대학교 김경미·허순우 교수, 한국학중앙연구원 김수연 교수와 권순형 박사, 한남대학교 김기림 박사가 참여한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최소연 교수와 심효섭 박사는 현재 전승되고 있는 규방다례의 이해를 바탕으로 조사된 자료를 분석하여 각각 '조선시대 여성의 차문화'와 '조선시대 규방다례의 문화사적 의의'를 집필했다.

최소연 교수는 규방다례 제2대 예능보유자로서 가천대학교에서 규방다례를 가르치고 있으며, 심효섭 박사는 앞서 출간된 <규방다례>의 저자이기도 하다.

김경미 교수를 비롯한 나머지 연구진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다 년간 여성생활사자료를 수집 분석한 학자들이다.

이들은 '조선시대 규방의 차문화 양상'(김경미), '생활문화의 측면에서 본 조선시대 여성들의 차 생활'(허순우), '조선시대 혼인문화와 규방다례'(권순형), '조선시대 차의 국내 유입과 유통'(김기림)과 같은 주제 연구를 통해 조선시대 차문화를 여러개의 프리즘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책은 규방다례의 역사성을 규명하는데 1차적 목적을 두고 있다. 이번 연구는 소략한 기록물 탓에 규방다례의 실제를 밝히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으나 조선시대 여성들이 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차 문화를 즐겼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봉제사 접빈객(奉祭祀 接賓客)'을 최대의 덕목으로 교육받았던 조선시대 사대부가의 여성들에게 있어 차 문화는 반드시 익혀야 할 필수교양이었다.

사당에 제사지낼 때에 주부들이 점다(點茶)를 한다거나 직접 올리기도 하는 것은 봉제사에 있어서의 여성의 역할이 주도적이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손님을 맞이할 때에 술과 차는 반드시 준비해야할 음료였기에 여성들의 역할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책은 적고 있다.

차는 여성들의 교육과 사대부가의 생활과 의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료이자 문화였으며, 여기에 여성의 역할이 강조됐다. 이 책은 그동안 차 문화가 남성 중심의 문화로 여겨져 왔던 기존의 인식에서 벗어나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책 발간은 한 개인의 의지에 의해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연구를 진행했다는 점과 대학에서 전문적으로 차 문화와 여성생활사를 연구한 학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함으로써, 한국차문화사를 본격적으로 학문의 영역에 올려놓았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평가를 받고 있다.

이귀례 이사장은 "이번 연구로 규방다례의 역사를 모두 밝히지는 못했지만, 규방다례를 연구하는 시금석은 놓여 진 것 같다"며 "앞으로 학자들의 연구가 활발해져서 규방다례의 역사 나아가 조선시대 여성들의 생활사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규방다례보존회는 이 책을 전국의 각 대학 도서관에 보내 많은 전공자와 학생들이 살펴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김진국기자 freebird@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