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영화'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저예산 … 이례적 11만 관객돌파

스필버그 극찬·리메이크 관심

"아기가 바뀌다니요. 그건 우리 때나 있던 일이잖아요."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에 나오는 대사다.

 

   
 

영화는 6년 동안 애지중지 키워온 아들이 사실은 산부인과에서 바뀌어 데려온 아이라는 사실을 안 아버지 료타의 심리변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지난해 12월19일에 개봉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저예산 영화지만 개봉 46일 만에 11만 관객을 돌파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CGV 무비꼴라쥬 나지현 큐레이터는 이 영화를 감독의 일기장으로 표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늦게 결혼해 아이를 얻었다. 당시에도 바쁘고 유명한 감독이다 보니 집에 있는 시간이 적었다. 하루는 출근하는데, 딸이 뒤쫓아 와서 '아빠 또 오세요'라고 말하는 한 마디에 충격을 받았다. 이때부터 '내가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진짜 아빠가 되는 것은 아니구나'라고 느끼고 만든 게 바로 이 영화다."

이 영화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감독의 숨은 의도가 곳곳에 드러난다.

영화는 고급 사립학교에서 면접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카메라가 고정됐다는 것이다.

단순한 화면의 변화만 있다. 정면을 찍을 때는 긍정적이고 밝은 면을 보여주고 실제와 분리되거나 균열이 있는 장면은 측면을 비춰 화면만으로도 또 다른 의미를 전달한다. 전체적으로 카메라는 쉬지 않고 이동하지만 아주 천천히 움직인다.

료타의 마음이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을 표현하고자 움직임을 의도적으로 늦췄다.

음악 역시 단조로운 피아노 선율 하나만을 사용해 료타의 심리를 잘 반영한다.

 

   
 

감독은 영화에서 혈연보다는 '기른 정'이 더 강함을 보여준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1970년대 베이비붐이 일어 출산율이 급증하면서 산부인과에서 아이가 바뀌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런 상황이 닥친 부모들은 100% 혈연을 택했다. 하지만 고레에다 감독은 '오쿠노 수지'가 쓴 소설을 참고해 혈연이 아닌 기른 정을 택하는 결말을 그렸다.

감독은 핏줄이 끌리지만 결국에는 함께해 온 시간이 중요하다고 느끼는 주인공의 심리변화로 기른 정을 강조했다. 얼굴은 닮지 않았더라도 하는 행동만큼은 함께 지낸 가족을 닮은 모습을 영화 중간 중간 찾아볼 수 있다.

영화는 카메라가 공중에서 료타와 아이가 바뀐 유다이네 집에서 점차 마을에 있는 모든 집을 비추며 마친다.

이 장면은 단순히 영화 속에서가 아닌 우리 이야기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아역들의 연기도 눈에 띈다. 나 큐레이터는 "600명이 오디션에 참가할 정도로 쟁쟁한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한 아역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시나리오를 절대 먼저 보여주지 않는다. 대본을 완벽히 숙지해서 나오는 연기보다 자연스러운 아이다움을 연출하기 위해서다. 대본상에서가 아니라 실제 상황에서 아이가 의문을 갖는 부분을 그대로 영화에 사용하기도 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지난해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기도 했다. 당시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 영화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그는 "전세계 모든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라며 리메이크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현재 판권을 사 곧 할리우드 판도 나올 예정이다.

나 큐레이터는 "동서양의 아버지를 비교하며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나인턴기자 lmn623@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