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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족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4대악 중에서도 가정폭력은 모든 범죄의 근원일 수 있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우리 사회의 문제이다. 가정폭력은 심각한 수준인데 신고는 잘 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일, 집안 일이라고만 생각하고 밖으로 알려지는 것을 꺼려한다. 심지어 '맞을 만한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폭력을 합리화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폭력은 어떤 이유로서도 용인될 수 없는 범죄이다. 피해자는 처음 폭력을 당하면 두려움에 신고를 하지 못하게 되고 반복되면서 무력해진다. 이렇듯 대부분의 가정폭력은 밖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 국제결혼이 증가하면서 다문화가정 폭력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낯선 타국의 두려움도 있지만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며 이주해 오는 외국인 아내들이 상처를 받는다. 한국인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흉기로 남편을 살해하고 구속된 이주 여성도 있다. 다문화가정 폭력이 얼마나 심각했으면 한국 남성과의 결혼을 금지하는 방안이 중앙아시아의 키르기기스탄 의회에서 거론되기 했다.

2011년 여성가족부 발표자료를 보면 다문화가정 폭력으로 인한 이주여성의 상담이 2009년 5895건, 2010년 6985건, 2011년 9617건으로 갈수록 늘고 있다. 가정폭력 유형별로 나온 자료에서는 지난 7월 말 기준 9571건 중 아내학대가 6750건 71%, 남편학대가 408건 4%, 노인학대가 311건 3%, 자녀학대가 178건 2% 등으로 나와 있다. 가정폭력 중 기혼 여성의 신체폭력 피해율은 15.3%(2010년)로 영국 3.0%(2007년), 일본 3.0(2004년) 등에 비해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은 경우도 30.1%의 수치를 보였다.
가정폭력 발생 원인은 6월말 기준으로 가정불화가 3677건(44%)을 차지했다. 이어 음주 2292건(28%), 성격차이 1232건(15%), 경제적 비곤 564건(7%) 등의 순이었다.

그동안 가정폭력 발생만큼 검거인원도 증가했다. 2008년 1만3143명(1만1461건)을 기점으로 2009년 1만2493명(1만1025건), 2010년 7992명(7359건), 2011년 7272(6848건)으로 줄다가 지난해 9345명(8762건)으로 늘었다. 올해 7월말 현재 가족폭력 검거 인원은 1만203명(9571건)으로 늘어났다.

얼마 전 가정폭력 가해자 50대 남성이 경찰과 대치하던 중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경찰의 검거를 피하기 위해 주방용 가스를 틀어놓고 대치하다가 자살한 것이다. 숨진 가해자는 경찰서에서 5차례 조사를 받고 체포 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

이러한 가정폭력은 더 이상 한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 문제이다. 경찰도 가정폭력 사건을 처리할 때 신중을 기하고 있다. 또 가정폭력이 사회적으로 이슈화하면서 처벌조항을 강화하고 제도적으로 보완되기도 한다. 가정폭력은 더 이상 가정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이며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최정규 동두천경찰서 경무계 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