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 투고 ▧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 건축설계기법을 셉테드(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라 한다. 건물 계단 벽면을 유리로 시공해 밖에서도 안을 관찰할 수 있도록 하거나 공원에 높고 울창한 나무 대신 낮은 나무를 심어 시야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아파트, 학교, 공원 등 도시생활공간의 설계 단계부터 범죄를 예방할 수 있도록 안전시설과 수단을 적용한 건축설계를 말한다.

이 같은 설계기법은 지난 1960년대 미국에서 선보인 이후 1970년대 초 미국의 오스카 뉴먼이라는 학자에 의해 대중에게 관심을 받게 됐다. 뉴먼은 실제로 셉테드를 적용해 설계한 프로젝트 마을을 통해 환경설계만으로도 범죄가 예방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이후 CPTED는 여러 나라에서 활용하게 됐고,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활용 방안이 나오고 있다.

모든 신축 아파트가 아파트 입구 공동현관문을 잠금장치를 설치하고 있고, 대다수 도시 공원은 야간에 발생하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조명등의 조도를 기존 밝기보다 높이고 CCTV 설치를 늘리고 있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이러한 CPTED를 국가기관이나 대기업에서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잘못된 인식이다.

우리 생활에서 아주 사소한 것을 간단히 이용해도 누구나 손쉽게 CPTED를 활용할 수 있다.

단독주택 거주자가 블랙박스가 설치된 차량을 집 앞에 주차한다거나 아파트 주민회의를 통해 지하주차장의 여성 전용 주차공간을 출입문에 가깝게 배치하는 방안, 칙칙한 담벼락을 밝은 색깔로 도색하는 것만으로도 범죄 예방에 큰 도움을 준다.

최근 뉴스나 신문에서 강력범죄 발생 기사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정부와 경찰은 좀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많은 노력을 쏟고 있지만 한계를 지닌다. 이러한 문제를 주민들의 치안에 대한 관심과 작은 아이디어로 보완해 나간다면 성폭력과 같은 강력범죄 예방은 물론 편안하고 안전한 주거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나와 우리 가족을 지키는 방법은 그리 멀지도 그리 어렵지도 않은 아주 작은 관심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김정년 남양주경찰서 경무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