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신고의 심각성

아마 대다수 국민은 살아가면서 경찰에 112신고를 하는 상황이 그리 흔하지 않을 터이다. 더구나 허위신고의 경우 먼나라 예기처럼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필자가 안산단원경찰서 112종합상황실장으로 근무하면서 허위신고로 인해 경찰관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까지도 당하는 고통을 보고 그 심각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112는 그야말로 범죄 위험에서, 또 긴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중요한 번호이다. 국민 모두 철저히 인식했으면 한다.

올해 경범죄처벌법 개정으로 거짓신고는 6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량으로 상향돼 현행범체포도 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은 정에 약한 나라라는 인식이 팽배하고, 거짓 전화 한 통이 구속될 만큼 중대 범죄인지 국민들이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말한 대로 허위신고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다. 허위신고 내용이 중하거나 상습적으로 허위신고를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해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단순 허위나 장난 신고에는 위에 언급한 경범죄처벌법 처벌 외에 사안에 따라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도 가능하다.
외국 사례에서 보면 그 위험성에 비해 아직도 처벌이 미흡하다.

미국의 경우 1~3년 사이 징역형 또는 최대 28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한다. 영국 역시 6월 이하의 징역 또는 9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호주는 3년 이하의 징역형, 싱가포르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8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112허위신고로 낭비되는 국민 혈세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허위전화로 30명 안팎의 경찰관이 출동할 경우 출동 순찰차 유류비, 초과근무수당, 현장경찰관 1인당 출동비용 등으로 1건당 국민 세금이 200여만원 들어간다. 올해 1~7월에 접수된 112신고 가운데 허위신고는 8410건으로 그 비용을 따지면 168억원이라는 세금이 불필요하게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산술적인 비용 피해뿐만 아니다. 실제로 내가 사랑하는 가족이 범죄로 인해 피해를 당해 긴급하게 112신고로 경찰의 도움을 청할 경우 누군가의 허위신고나 장난전화 때문에 경찰관이 빨리 출동하지 못해 더 큰 위험에 처해진다면 그 피해는 과연 누가책임질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 옛날 '양치기 소년' 우화처럼 실제로 정말 늑대가 나타났을 때 우리 사회가 더 위험에 놓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더 이상 그런 양치기 소년을 키우는 현실은 없어져야 할 터이다.

/조석완 안산단원경찰서 112종합상황실 경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