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4세 평균비용 4468만원 … 3년새 600만원 증가
저축해도 턱없이 부족 … 혼수·집 마련 '은행 대출'


"결혼하려니까 빚잔치네요."

인천시 부평구에 사는 김모(31)씨는 3년 연애 끝에 오는 12월 여자 친구와 결혼식을 올리지만 마냥 기쁘진 않다.

혼인 준비에 들어가자 여기저기 돈 나갈 곳 투성이다.

부모님이 돈을 융통해주기로 했지만, 그것도 모자라 최근 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았다.

김씨는 "둘 다 사회에서 돈을 벌기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 기본적인 혼례를 올리려고 했는데도 3000만원 이상은 들더라"며 "그동한 저축한 돈을 모아봤자 4000만원이 조금 넘는데 전세 보증금은커녕 결혼식 올리고 나면 잔고가 바닥날 지경이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에 전세 아파트라도 얻으려면 1억 이상은 있어야 해서 부모님께 5000만원을 받고 나머지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며 "결혼하고 나면 매달 빚 갚을 생각하니 앞이 깜깜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결혼한 박모(28·인천 서구)씨는 얼마 전 남편의 용돈을 줄였다.

결혼 비용으로 은행에서 빌린 3000만원을 갚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결혼식과 주택을 마련하며 빌린 돈의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 내는 것도 급급해 혼인 후 1년이 지나도록 형편이 나아지질 않는다"며 "최근에는 먹는 것도 줄여가며 생활비를 아끼고 있지만, 앞으로 몇 년 동안 이 빚을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홍모(28·인천 계양구)씨는 얼마 전 파혼의 아픔을 겪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돈 문제였다. 홍씨는 "연애할 땐 몰랐는데 막상 결혼을 하려니 모든 게 돈과 얽혀 있어 남자 친구와 싸움이 잦았다"며 "형편에 맞게 하자는 남자친구와 빚을 내서라도 남들에 뒤지지 않게 하자는 내 의견에서 오는 충돌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헤어졌다"고 말했다.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 부부나 신혼부부들 사이에서 '결혼하면 가난해진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요즘 추세에 맞춰 결혼하려면 2~5년차 직장인 저축으론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44세 기혼자들의 평균 결혼비용(주택 제외)은 4468만원이었다.

2009년 4062만원과 비교해 3년 새 600만원 가까이 증가했다.

결혼에 쓰는 돈은 소득 수준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월 소득 100만원 미만인 경우 1840만원 ▲100만~200만원 미만이 2171만원 ▲200~300만원 미만이 3456만원 ▲300만~400만원 미만이 4700만원 ▲400~500만원 미만이 4377만원 ▲500만원 이상은 6166만원을 결혼비용으로 지출했다.

결혼비용은 쓰기 나름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실속 있는 결혼도 가능하지만, '남들 보는 눈' 때문에 이것저것 더하다 보니 돈 쓸 곳이 늘어난다.

인천시 계양구의 한 웨딩홀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메이크업과 사진 촬영 등 웨딩패키지 상품이 생겨 비용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식을 간소화해 비용을 줄이는 방법도 있지만, 하객 시선과 남들 하는 정도는 해야 한다는 예비 부부들의 인식 때문에 최저가의 패키지 상품은 별로 인기가 없다"고 말했다.

가전 제품 등 혼수 고르는 손도 문제다.

인천시 부평구의 한 대형마트 가전제품 코너 직원 김모(34)씨는 "혼수를 장만하러 온 예비 부부들이 욕심을 내는 부분이 TV나 냉장고 등의 고가 제품"이라며 "둘이 쓰기엔 좀 큰데도 한 번 사면 오래 쓴다는 인식 때문에 제품 구입에 비교적 돈을 덜 아낀다"고 말했다.

오는 10월 결혼을 앞둔 김모(34)씨는 "결혼을 하려니까 남들이 하는 수준 같은 사회적 통념이 있더라"며 "그런 것만 줄여도 결혼비용을 많이 덜 것 같지만 정작 그럴 수 없는 혼례 문화 때문에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김원진인턴기자 kwj7991@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