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고백을 하면
서울 남자·강릉 여자의 수채화 같은 로맨스
   
 


<내가 고백을 하면>(감독 조성규)은 이 계절과 잘 어울릴 것 같은 따끈따끈한 감성 멜로 영화다. '2012 부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 초청 화제작이기도 하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이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의 삶을 꿈꾸는 두 남녀의 설레임과 엇갈림이 미로처럼 펼쳐지는데 가을을 닮은 남자 김태우와 투명한 감성의 예지원이 호흡을 맞췄다.

서울과 강릉, 서로의 도시를 동경하다가 집을 바꾸게 되는 두 남녀의 이야기는 담백하면서도 어딘가 색다른 로맨스를 보여준다.

주말 마다 강릉을 찾아 서울에서의 피곤한 일상을 잊곤 하는 영화제작자 인성(김태우). 최근 본인이 직접 연출한 영화 <맛있는 인생>이 개봉했지만, 평단과 관객반응은 영 신통치 않다.

한편 강릉의 종합병원에서 가정방문간호사로 일하는 유정(예지원)은 주말 마다 서울에 가서 예술영화나 뮤지컬 등을 감상하며 문화생활을 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11월의 어느 주말 저녁, 인성이 감독한 첫 영화 <맛있는 인생>을 보고 강릉으로 돌아온 유정은 단골 카페 '테라로사'에서 인성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주말마다 강릉과 서울을 찾는 둘의 사연을 아는 카페 주인은 주말에만 서로의 집을 바꿔 지내보라고 제안한다. 이 황당한 제안에 인성은 내심 솔깃해 하고 유정은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치지만 몇 주 후, 두 남녀는 결국 서로의 집을 바꾸게 된다.

둘은 상대방의 집에서 서로의 취향이 너무나 비슷함을 알게 되고 서로에 대한 호감을 느끼기 시작, 이 이상야릇한 동거 생활은 몇 주 동안 계속 된다.

그러나 사소한 오해로 두 사람은 더 이상 서로의 집을 찾아가지 않는 상황이 되어버리고, 시나리오 작업 중이던 인성은 화해의 실마리를 찾아 어느 주말 저녁, 영동고속도로를 달려 유정에게로 향하는데.

영화 <내가 고백을 하면>은 한강을 끼고 있는 서울과 동해바다를 껴안은 강릉, 닮은 듯 다른 두 도시의 낭만을 두 남녀의 만남을 통해 수채화처럼 담아낸다.

피곤한 강릉에서의 삶에서 벗어나 서울에서의 문화생활을 만끽하는 유정과, 복잡하고 답답한 서울에서 벗어나 탁 트인 바다와 맛집들이 넘쳐나는 강릉을 매주 찾아가는 인성, 두 남녀의 미로 같은 만남이 두 도시에서 펼쳐진다.

<내가 고백을 하면>이 빛나는 이유는 독보적인 두 배우, 김태우와 예지원의 만남 때문이다.

가을 햇살 같은 남자, 김태우와 소리 없이 내리는 첫눈 같은 그녀, 예지원은 영화 속에 완벽히 녹아 들어 관객들의 마음에 스며든다.

복잡하고 답답한 서울에서 벗어나 탁 트인 바다와 맛집들이 넘쳐나는 강릉을 매주 찾아가는 인성 역을 맡은 김태우는 오랜만에 멜로연기를 선보이며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자연스럽고도 절제된 세련미와 탁월한 연기력으로 스크린을 사로잡았던 김태우는 다소 까칠하지만 알고 보면 따뜻한 서울남자 인성으로 변신, 담백한 훈남의 모법답안을 제시하며 여심을 공략한다.

그 동안 톡톡 튀는 매력과 대체불가의 존재감을 보여주었던 예지원은 이번 영화에서는 화장기 없는 얼굴과 꾸밈없는 수수한 모습으로 강릉에 살고 있는 간호사 유정을 연기한다.

떠들썩했던 여름이 지나고 쓸쓸하고 한적해진 가을을 맞이하는 강릉의 모습을 닮은 그녀는, 애잔함과 안타까운 사연을 간직한 유정으로 분해 원숙한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끌어낸다.

지금껏 숨겨온 청순아련한 모습을 쏟아내며 고요한 울림을 전해준다.

서울과 강릉을 오가는 로맨스 <내가 고백을 하면>은 마치 주인공들과 함께 여행하는 듯한 행복감을 주며, 영화가 끝날 때쯤엔 어느덧 살며시 다가와 마음을 위로해 준다.

/조혁신기자 mrpen68@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