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삼랑성 축제
   
▲ 영산재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들의 명복을 비는 의식이다. 전등사는 올해 특별히 성재 이동휘와 죽산 조봉암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해 영산재 모습.


'관' 주제로 내일부터 9일간 문화제
순국선열 위령·원종임금 행차 재현

몽골·프랑스군 격퇴한 '호국 성지'
강화 전통문화 함께 역사도 알려


우리 민족의 시조 단군에겐 세 아들이 있었다.

부소, 부우, 부여가 그들이다.

어느 날 단군이 세 아들을 불러 말했다.

"정족산에 성을 쌓아 외부에서 들어오는 적을 막아야 한다. 그런데 워낙 공사가 클 것 같아 쉽지는 않을 것 같구나."

세 아들은 입을 모아 대답했다.

"크게 염려하지 마십시오. 저희들이 반드시 훌륭한 성을 쌓겠습니다."

세 왕자는 이튿날 아침부터 성 쌓기에 들어갔고, 어떻게 알았는지 전국의 장사들이 성을 쌓겠다며 몰려들었다.

그렇게 정족산 세 개의 봉우리에 들어선 산성이 바로 '삼랑성'이다.

오는 6~14일 삼랑성에 둘러싸인 강화도 전등사에서 '제12회 삼랑성 역사문화축제'가 열린다.
 

   
▲ 지난해 열린 삼랑성축제에서 다례재가 펼쳐지고 있다.


범우 전등사 주지스님과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 최종수 한국효문화센터 이사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은 이번 축제는 삼랑성의 역사·문화적 중요성을 재조명하기 위한 행사다.

이 축제는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 해군이 약탈해 간 외규장각도서 반환을 촉구하기 위해 2001년 시작, 역사와 전통문화 체험이란 축제로 진행돼 왔다.


▲'觀'(관) 주제 9일 간의 향연

'관'이란 주제로 진행하는 이번 행사는 6일 오전 10시30분 '전국 학생 미술실기대회'로 막을 올린다.

학생들은 삼랑성을 주제로 그림 경연대회를 갖는다.

오후 6시40분 부터는 가수 정재형, 루시드 폴, 김창완 밴드, 퓨전국악 다비 등이 출연하는 '전등사 가을음악회'가 펼쳐진다.

가을의 산사에 어울리는 어쿠스틱 음악과 신나는 락음악이 전등사 특유의 빛깔로 관객들에게 다가설 예정이다.

7일 오전 10시30분엔 전등사를 창건한 아도화상부터 노은스님까지 전등사 역대 스님들에 대한 '다례재'가 진행된다.

오후 1시 나라를 지키려 쓰러져 간 호국영령을 위한 '영산대재'가 이어진다.

이번 영산재는 특히 양헌수, 어재연 장군은 물론이고 독립운동가 이동휘, 조봉암 선생 등에 대한 위령대제가 준비됐다.

조직위원회는 앞으로 해마다 인천 지역의 알려지지 않은 순국선열을 발굴해 위령재를 지낼 예정이다.

이와 함께 고려 원종임금이 항몽 당시 전등사에서 4개월 간 대불정오성도량을 펼친 것을 재현한다.

13일 오후 2시부터는 인천·강화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단체들이 펼치는 '지역문화 한마당'이 이어진다.

합일초등학교의 모듬북과 설장구 공연, 인천 미추홀요들단의 요들송, 계명원 어린이들의 화관무와 부채춤, 노수은 무용단의 회상, 양사초등학교의 은율탈춤, 강화초등학교 관악부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 지난해 열린'영산재'에서 전등사 스님과 신도들이 경내를 걸으며 의식을 치르고 있다.


14일 오후 2시엔 강화춤사랑과 영남교방청춤보존회가 출연한다.

이들은 '풍류한마당'을 통해 춤과 판소리, 연주가 어우러진 흥겨운 우리 가락을 들려줄 예정이다.

공연이 없는 평일엔 '현대도자기 통찰전'과 현대미술 중견작가들의 '관조전', '고기와 그림전', '북한사찰 사진전' 등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강화 특산품인 화문석공예, 짚풀공예, 도자기물레, 목공예, 단청 등 각종 체험행사와 먹거리 장터, 지역특산물 장터도 열린다.


▲정족산 삼랑성(三郞城)은

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 정족산(鼎足山)에 남아 있는 고성(古城)이다.

단군(檀君)이 세 아들에게 명하여 쌓았다고 전한다.

마니산에 참성단을 쌓은 단군은 정족산에 성을 쌓기로 한다.

외적이 쳐들어올 것을 염려해서였다. 그러나 워낙 큰 규모의 공사여서 그리 간단치 않아 보였다.

이에 부소, 부우, 부여 등 세 아들을 불러 논의를 한다.

세 아들은 곧바로 성을 쌓기 시작했고 공사를 시작한 지 한 달도 못돼 산성이 완성된다.

완성된 성을 본 단군은 "참으로 훌륭히 쌓아올렸구나. 이로써 베개를 높이 하고 잘 수 있게 됐다. 너희들의 충성은 후세 자손들까지 이어질 것이다"라고 말한다.

단군은 공사에 참여한 장사들에게 상을 내리고 세 왕자에게는 정족산 봉우리를 각각 하나씩 안겨준 뒤 성을 지키도록 명한다.
 

   
▲ 올해 삼랑성축제는 각종 공연이 펼쳐지는 지역문화 한마당이 진행된다. 지난해 가을음악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전등사 경내를 가득 메우고 있다.


세 왕자들은 각각 정족산의 세 봉우리를 하나씩 지킴으로써 이 성을 석 삼(三), 사내 랑(郞)자를 따서 '삼랑성'이라 부르게 된다.

삼랑성은 몽골의 침입으로 강화로 천도한 고려왕조의 임시궁궐터인 '가궐지'이기도 하다.

당시 삼랑성 안에 임시궁궐을 지으면 국가가 평안하다는 풍수지리설에 따른 조치였다.

고려 원종임금은 이 곳에서 대불정오성도량을 4개월 간 열며 항몽의지를 불태웠다.

병인양요 때엔 양헌수 장군이 프랑스군을 격퇴한 곳이기도 하다.

삼랑성은 지난 1700여 년간 우리 역사에서 외세와 끊임없이 맞서 싸운 호국의 성지인 것이다.

전등사는 이런 역사적 의의를 재조명하고 지역민의 자긍심을 높이며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는 축제를 만들고자 2001년 삼랑성 역사문화축제를 시작한다.

제1회부터 4회까지는 외규장각도서반환운동을 전국민적으로 확산시키고자 노력했고 그 결과 지난해부터 반환되고 있다.

5회부터는 보다 대중적인 문화축제로 승화시키기 위해 삼랑성, 전등사, 강화의 역사를 부각시키는 축제로 만들어가고 있다.

/김진국기자 freebird@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