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갖지 못한 것을 탐하는 세 사람 질투·욕망
박해일·김고은·김무열'심리묘사·영상미'호평
   
 


은교(감독 정지우)는 소설가 박범신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소녀의 싱그러움에 매혹 당한 위대한 시인 이적요, 스승의 천재적인 재능을 질투한 패기 넘치는 제자 서지우, 위대한 시인을 동경한 열일곱 소녀 은교, 서로 갖지 못한 것을 탐하는 세 사람의 질투와 매혹이라는 파격적인 드라마를 그리고 있다.

연출을 맡은 정지우 감독은 데뷔작 <해피엔드>로 영화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장본인이다. 정 감독은 <은교>에서 특유의 깊이 있는 심리묘사와 아름다운 영상미를 선보이고 있다.

배우 박해일은 이 영화에서 그의 연기 인생 중 가장 강렬한 변신을 시도했다. <은교>의 위대한 노시인 이적요가 그 주인공이다. 이적요는 '국민시인'이라 칭송 받는 문학가로,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중 불현듯 나타난 소녀 은교에게 매료되면서 잠들어 있던 자신의 욕망에 흔들리는 인물이다.

위대한 노시인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서 매일 8시간이 넘는 특수분장을 감내해야 했는데, 꼬박 8시간이 넘는 특수분장을 버텨내며 일흔의 시인으로 변모해갔다. 또한 촬영 전에는 탑골 공원을 찾아 노인들의 모습을 관찰하거나 정지우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노인 이적요'의 느낌을 만들어나갔다.

지난한 노력 끝에 박해일은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등이 굽고 걸음걸이까지 달라질 정도로 역할에 완벽하게 몰입되었고, 이적요의 복잡한 내면 또한 섬세하게 소화해냈다. <은교>는 이적요와 서지우, 한은교 사이의 미묘한 감정의 흐름이 매우 중요한 영화인 만큼 서지우와 한은교 역을 맡은 김무열과 김고은의 연기에 집중을 해보는 재미가 있다.
 

   
 


뮤지컬 계의 슈퍼스타로 시작해 드라마와 영화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김무열은 <작전>의 지독한 브레인 '조민형'과 <최종병기 활>의 로맨틱한 순정남 '서군'으로 영화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가 맡은 역할은 이적요를 아버지처럼 모시는 소설가 서지우로, 스승 이적요를 존경하지만 스승의 천부적인 재능을 질투하고 그가 갈망하는 소녀 은교를 탐하면서 서서히 변해가는 인물이다. 영화 <은교>의 타이틀 롤 한은교를 거머쥔 2012년 가장 주목받는 신인 김고은. 김고은은 첫 데뷔작에서 박해일의 상대역으로 낙점되며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한 <해피엔드>에서 전도연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뛰어난 심미안을 보여준 정지우 감독의 선택을 받은 대어급 신인으로 영화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파격적인 드라마와 아름다운 영상미가 돋보이는데, 충무로의 명콤비 김태경 촬영감독과 홍승철 조명감독의 작품이다. <은교>의 영상을 만들기 위해 두 사람에게는 두 가지 중대한 숙제가 주어졌다고 한다.

그 중 첫 번째는 박해일의 특수분장. 시간을 거슬러 늙어버린 박해일, 즉 이적요의 모습이 관객들에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이게끔 만들어야 했다. 이를 위해 김태경 촬영감독은 붉은 기를 덜어내고 창백하게 표현하는 '아리 알렉사(arri alexa)'카메라를 사용, 스킨 톤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홍승철 조명감독은 대부분 로케이션으로 이뤄진 이번 작업에서 공간과 인물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표현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특히 산 속 이적요의 집에서 촬영할 때면 평지보다 해가 빨리 지는 탓에 자연광이 드는 짧은 시간 동안 촬영을 마쳐야 하는 난제가 있었다. 홍승철 조명감독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도 엄청난 집중력과 전문성을 발휘해 따스한 자연광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영상을 완성했다.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