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오는 9일 청와대에서 만찬회동을 가질 예정이어서 두 사람간에 어떤 얘기가 오갈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권교체 후 김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은 지난 98년 7월31일 다른 전직 대통령들과 함께 회동한 바 있고 작년 10월 부산 민주공원 개원식에 나란히 참석한 적은 있지만 단독회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퇴임 이후 한동안 침묵을 지켜온 김 전 대통령은 작년부터 김대중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비난하며 정치활동을 재개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왔다.

 이번 회동은 오는 6월 평양에서 개최될 예정인 남북정상회담이 직접적인 동기가 됐다는 점에서 아무래도 남북정상회담이 중심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김 대통령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성사배경 및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국민적 지지를 받는 성공적인 정상회담 개최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전직 대통령으로서 적극 도와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대통령은 앞서 김 전 대통령이 지난 94년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으나 김일성 주석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무산된 데 대해 아쉬움을 표하고 「회담선배」로서 「고견」을 구할 것으로도 관측된다.

 이에대해 김 전 대통령은 과거 회담 추진과정을 회고하면서 대북협상에서 유의할 점, 평양 정상회담시 예상되는 문제점과 대책 등에 대해 「조언」할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에서는 정상회담 뿐아니라 다른 문제도 자연스럽게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이번 회동을 두 사람간 관계개선의 분수령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우선 김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에게 국정의 원로로서 지역화합 치유와 국정운영에 대한 협조와 자문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현철씨와 핵심측근인 홍인길 전 의원에 대한 사면복권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전 대통령측은 겉으론 『정치적인 문제와 개인적인 문제를 연결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지금까지 『사면문제는 칼자루를 쥔 사람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내심기대를 걸어왔던 게 사실이다.

 반면 현 정권을 줄곧 비난해온 김 전 대통령은 국내정치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대통령의 핵심측근으로 방미중 그를 수행했던 한나라당 박종웅 의원은 『김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비난해온 김 전 대통령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회동에서 국내 정치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박 의원은 현정권 출범이후 특정지역 인사 편중 및 각종 선거에서의 관권·금권선거 의혹, 「야당의원 빼내기」를 통한 인위적 정계개편 추진 등이 우선적으로 거론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정권교체후 처음 이뤄지는 두 전·현직 대통령의 이번 단독회동 결과에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