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회 관광의 날 맞은 김길종 인천관광공사 사장
   
▲ 인천 송도국제도시 동북아무역센터빌딩 앞을 걷는 김길종 인천관광공사 사장. 김 사장은"스토리텔링이 풍부한 복합휴양도시 조성이 바로 인천관광의 살 길"이라고 강조한다./박영권기자 pyk@itimes.co.kr


27일은 제38회 관광의 날이다. 인천의 관광을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인천은 무엇인가"일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인천을 찾게 만드는 첫 열쇠와 같은 물음이다. 관광의 날을 맞은 김길종(62) 인천관광공사 사장은 "그것은 결국 인천의 정체성을 찾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인터뷰 내내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옛날 얘기처럼 재미있는 인천의 이야기를 만드는 게 가장 큰 과제"라며 "어찌보면 인천관광은 지금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인천, 이야기가 많은 도시

"인천 이야기의 중심은 무엇인가요?" 인터뷰 첫 머리, 인천관광에 대한 김 사장의 답이 궁금했다.
김 사장은 "'회색' 이미지부터 걷어내야 합니다"라고 요약했다.
"관광의 기본적인 속성이기도 하지만 인천의 정체성은 '접점'에 있어요. 긴 역사 속에 인천은 끊임없이 외국문화와 사람이 우리 것과 만나는 곳이었어요. 이건 아주 중요한 얘기에요. 그런데 사람들이 인천에 오면 이걸 잘 못 느껴요. 공장지대에 특색없는 건물들, 항만과 배후단지 등등 주로 '회색'의 인상만 갖고 있는 겁니다. 인천이 가진 가치와 잠재력이 오도되고 있는 것이지요."
사실 오래된 얘기였다. 물론 인천에겐 가장 중요한 과제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그 방법을 물었다.
김 사장은 "우리가 가진 옛 것의 가치를 발굴해 내는 일이 우선이에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백범 김구 선생이 옥고를 치른 곳이 인천에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인천엔 그런 유적이나 장소가 많아요. 숨겨져 있던 인천만의 그 무엇을 계속해서 드러내는 일이 가장 필요합니다"라고 했다.
"좀 전에 접점 얘기를 했는데 김구 선생의 예도 그렇고 강화의 고려문화 유적이나 월미도 일대 개항기 건물들, 야구, 우체국 등등 인천이 가진 관광자원은 대부분 접점을 표현하고 있어요. 흔히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라 부르는 이야깃거리의 훌륭한 소재들이지요. 그 소재들을 어떻게 의미 있는 이야기로 풀 것이냐하는 게 관건입니다."
그는 인천의 산업기반도 중요한 관광자원이라고 강조했다.
"현대관광의 무게중심은 자연에만 있지 않습니다. 특히 우리 인천처럼 근대화 시기 산업기지 역할을 맡았던 도시는 더욱 그렇지요. 인천항을 비롯해 곧 개통할 경인 아라뱃길, 부평을 중심으로 한 자동차 생산기반 등을 관광자원으로 만드는 과제가 주어집니다. 잘 가꾸고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면 관광을 활성화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나온다고 봐요."

 

   
 


▲작은 의식전환 큰 변화 가능 … 카지노도 달리 봐야

김 사장은 호텔 롯데와 롯데월드, 경기관광공사 등에서 관광마케팅을 총괄해온 인물이다. 사람을 끌어모으는 남다른 방법이 있을 법했다.
그는 "생각의 작은 변화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에서 인도를 활용한 일명 '거리카페'를 허용하는 논의가 시작된 건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봅니다. 사실 그런 작은 규제나 고정관념이 관광을 활성화하는데 큰 장애가 되거든요. 인천에 이야깃거리를 만들겠다는 것도 무슨 대단한 돈을 투자하거나 하는 일이 아니에요. 송도만 해도 불과 몇 년 전과 다르게 풍경이 많이 바뀌었어요. 그 자체가 훌륭한 볼거리입니다. 그것을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내는 게 우리 공사가 할 일이지요."
말이 나온 김에 최근 인천에서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른 영종 카지노 개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김 사장은 다시 한 번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가 이미 오래 전부터 그랬듯이 카지노 단지는 복합휴양지 성격이 더 강해요. 호텔과 대형 쇼핑몰, 공연장 등이 한 데 모여 있어요. 라스베이거스에서 카지노 자체가 갖는 비중은 유동인구나 매출로 봤을 때 전체의 4% 안팎에 그칩니다. 무게중심은 가족단위 관광과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산업이에요. 인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지요. '사행심을 부추긴다'는 건 현실과 거리가 있다고 봅니다."


▲관광저변 변화 느껴

인천관광공사는 올해 내국인 관광객 3천만 명 유치를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해보다 목표치를 크게 올렸다. 그의 복안을 물었다.
김 사장은 "분명 쉽지 않은 목표에요. 하지만 상당부분 이뤄지고 있어요. 최근 집계를 냈더니 이미 1천760만 명이 인천을 다녀갔어요. 남은 기간 전력을 다하면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인천관광 저변에 의미 있는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했다.
"2년 전 인천시가 중심이 돼서 송도국제도시 등에 호텔이 잇따라 들어섰지요. 당시만 해도 숙박수요가 있겠냐는 우려가 많았고 실제 한 동안 호텔들이 운영난을 겪었어요. 하지만 불과 2년 새 상황이 뒤바뀌었습니다. 지금은 투숙객이 넘쳐나요. 그 사이 대외적으로 인천에 대한 이미지가 그만큼 바뀐 겁니다. 인천관광이 이제는 뭔가 해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 사장은 "우리가 선진국이라 부르는 나라는 전부 관광대국"이라고 한 뒤 "인천 아시안게임이라는 최대 호기를 십분 활용하려면 지금부터 살피고 준비할 게 한 둘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인천은 현재 송도를 중심으로 해외 기업의 입주와 투자에 총력을 쏟다시피하고 있습니다. 사실 투자유치 활성화를 이룰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관광이에요. 사람이 북적대는 곳에 기업과 사람과 돈이 몰리게 돼 있거든요. 관광과 투자유치를 어떻게 연결시킬 지가 앞으로 큰 화두입니다." /노승환기자 beritas@itimes.co.kr


● 김길종 사장은 …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나와 1987~2007년 20년 간 호텔롯데와 롯데월드에서 마케팅 부문장을, 2007~2010년 3년 간 강원도청과 경기관광공사에서 마케팅사업본부장으로 일했다.
한국경제신문 마케팅 전문강사도 맡는 등 오랜 기간 관광업계와 유관기관에서 관광객 유치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전문가로 통한다.
지난 해 12월 공모를 통해 제3대 인천관광공사 사장으로 부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