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 회사는 건물을 신축한 후 점포를 분양하면서 을에게는 업종을 약국으로 지정했고 병에게는 업종을 의원으로 지정했다. 그 후 병은 분양받은 점포를 정에게 매도했고 정은 무에게 이를 다시 임대했는데 무는 이 점포에 약국을 개설하려고 하고 있다.

을은 무를 상대로 영업금지를 구할 수 있을까.

이 경우 을은 두 가지의 근거에서 무를 상대로 영업금지를 구할 수 있고 승소판결 확정시까지 영업금지가처분을 신청해 그 전에 미리 무의 영업을 금지시킬 수 있다.

이는 첫째 상가분양계약 상의 업종제한 준수의무에 따른 것이다.

상가의 분양자가 점포별로 업종을 정해 분양한 후 점포에 관한 수분양자의 지위를 양수한 자 또는 그 점포를 임차한 자는 상가의 점포 입점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상호 묵시적으로 분양계약에서 약정한 업종제한 등의 의무를 지키기로 동의했다고 봐야 하므로 상호간의 업종제한에 관한 약정을 지킬 의무가 있다고 보는 것이 판례다.

따라서 비록 무가 직접 상가를 분양받지 않았거나 단순한 임차인에 불과하더라도 무로서는 상가분양계약 상의 업종제한 준수의무를 지킬 의무가 있는 것이다.

한편 상가분양 후 오랜 시간이 흘러 상가분양계약 상의 업종제한 준수의무가 사실상 사문화된 경우 무는 이를 근거로 을의 영업금지 청구에 대항할 수 있으므로 이 경우에는 을은 무에게 영업금지를 구할 수 없다.

둘째 상가자치 관리규약 상 동종업종 제한 규정이 있으면 영업금지를 구할 수 있다.

상가 관리단집회에서 동종업종을 제한하는 관리규약을 설정한 경우라면 이는 입주자 사이에서 하나의 자치법규로서 작용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상호간에 업종제한 준수의무가 있다. 따라서 을로서는 이를 근거로 무를 상대로 영업금지를 구할 수 있다.

그런데 상가 관리단집회에서 을의 의사에 반해 약국에 관한 동종업종 제한 규정을 폐지하는 결의를 한 경우 을로서는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관리규약의 변경 내지 폐지가 일부 구분소유자의 권리에 특별한 영향을 미칠 때에는 그 구분소유자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경우 을로서는 자신의 승낙이 없음을 이유로 동종업종 제한 규정 변경 내지 폐지에도 불구하고 무를 상대로 영업금지를 구할 수 있다.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 유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