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베이스 이연성
푸슈킨 콩쿠르 입상·러시아 국제음악인협 금메달 수상
고향 인천에서 첫기획 공연 … 11일 계양문예회관 독창회



드라마 모래시계 OST '백학',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 테트리스의 배경음악. 이 3가지에 공통점이 있다. 러시아 음악이라는 점이다.

러시아 곡은 클래식 중에서 듣기 어려운 음악으로 알려져있지만 이렇듯 알게 모르게 우리 곁에 자리 잡고 있다.

오는 11일 러시아 음악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러시아를 사랑하고 러시아가 사랑하는 성악가 이연성이 'Bass 이연성, 전람회를 노래하다'라는 타이틀로 독창회를 연다. 국민 음악파 5인조(큐이, 무소르크스키, 보로딘, 림스키, 코르사코프) 중 무소르크스키 탄생 17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다.

#. 무소르크스키를 노래하다

러시아 유학길에서 돌아와 선보이는 5번째 독창회다. 특히 이번 음악회는 고향 인천에서 기획한 첫 공연이다. 11일 오후 7시30분부터 계양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풀어놓는다.

1부는 무소르크스키와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 곡으로 꾸몄다. 이연성은 "일반 관객들이 다소 어렵게 느낄 수 있지만 재미를 주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예컨데 '벼룩의 노래'의 경우 노래 중간 실제 웃음소리를 삽입, 흥미를 이끌어 내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2부는 러시아 민요의 향연이다. 러시아 앙상블 '트로이카'를 초청, 전통악기 '발랄라이카'로 귀에 익숙한 곡들을 연주한다.

이연성은 "무소르크스키가 친구 하르트만의 유작 전람회를 본 뒤 '전람회의 그림'이란 곡을 작곡했는데, 여기서 이번 공연 제목을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무소르크스키가 그림을 음악으로 표현했듯, 무소르크스키를 자신이 부른 다는 것.

그는 "제목에 맞춰 당일 공연장인 계양문화회관 로비에 그림도 전시한다"고 말했다. 백은경과 고미화 작가의 작품 10점을 전시한다.

#. 러시아음악 정서는 슬픔

다양한 음악들 중에서 유독 러시아 음악을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없다. 이연성은 "러시아라는 나라 자체가 나랑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한다. 1995년 떠나 8년간의 러시아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지금도 맑은 날 보단 흐린 날을 좋아한다. 모스크바의 하늘과 닮았기 때문이다.

클래식을 5개 나라로 나누어 특징을 설명하는 성악가다. "이탈리아는 빛나는 소리, 독일은 철학적, 프랑스는 분위기, 미국은 상업적인 특성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러시아는 슬픔입니다. 국민음악파 창시자 글린카조차 러시아 감정의 기조는 슬픔이며 사랑마저도 러시아에선 슬픔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가슴을 울릴 수 있는 노래, 감성을 중시하는 것이 러시아 음악입니다."

이연성이 러시아를 처음 접한 때는 '러시아 포크송'을 구입한 지난 1990년. '스텐카 라진'이란 곡을 듣는 순간 온 전율을 느꼈다. "가사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잔잔하면서도 폭풍 같은 멜로디에 압도됐습니다." 그 스텐카 라진에 미쳐 러시아로 훌쩍 떠났다.

모스크바 국립음악원에서 석사,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친 그는 이후 아시아 성악가로서 최초라는 수많은 기록을 만들어 냈다. 99년 푸슈킨 콩쿠르 입상, 글린카 콩쿠르 입상, 모스크바 국립 '스타니슬라브스키& 단첸코 오페라극장' 상임단원, 그리고 2007년 러시아 '국제 음악인 협회(MCMD)'가 우수한 연주활동과 문화교류에 공헌한 음악가 20명에게 수여하는 금메달 수상 등이다.

#. 현재, 그리고 미래

한국에 돌아온 지 어느새 6년이 흘렀다. 크게 3가지의 목표를 정했다.
우선은 모스크바음악원 상임지휘자였던, 평생 잊지 못할 스승 비탈리 카타예프의 유언을 지키는 일이다.
그를 오페라 무대에 데뷔시킨 스승은 "성악가 인생에서 3작품은 꼭 해보라"라는 유언을 남겼다. 바흐의 '56번 베이스 칸타타',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오페라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에서 살리에리 역, 쇼스타코비치의 '13번 교향곡'에서 베이스 독창자다.

이 중 앞선 두 역할은 카타예프 40일 추모공연과 2002년 한국 국립오페라단 초청에서 약속을 지켰다.

마지막 쇼스타코비치의 '13번 교향곡만'을 남겨두고 있는 그는 "언젠가 꼭 공연할 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적인 목표도 있다. 그는 "베이스는 목소리 특성상 오페라에서 대부분 왕이나 인자한 아버지, 제사장 등의 역할을 하기 마련"이라며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을 꼽았다. 무소르크스키의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에서 고두노프역, 마스네의 '돈키호테'에서 돈키호테역이다.

역시나 그의 가장 큰 꿈은 노래다.

"눈물을 흘리지만 입은 항상 웃고 있는 피에로처럼 배역에 완벽히 몰입할 수 있도록 무대 위에선 항상 '광대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언젠가 꼭 이루고 싶은 것은 솔리스트는 물론이고 합창단, 분장사, 의료진까지 갖춰져 가수들이 최상의 목소리로 노래할 수 있는 극장을 건립하는 것 입니다."
모두가 노래에 대한 사랑으로 걸어왔고, 걸어가고 싶은 길이다.

/심영주 인턴기자 blog.itimes.co.kr/yjsh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