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 시립인천전문대 교수 이은주
서정주 시 모티브 창작춤 두편

18일 인천종합문예회관 무대



"전통창작무용에 온 힘을 실어왔습니다. 한해 한편씩 작품을 내놓았던 것 같습니다. 쉬지 않고 달려온 시간들이지요. 어느 순간 멈춰서서 나를 뒤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이제 내가 몰두해야할 방향은 과거를 현대로 끌어내는 작업이라는 것을. 그것이야말로 우리 전통춤의 또 다른 확장이자 맥 잇기라고 생각합니다."
인천과 인연을 맺게될 줄 전혀 몰랐다. 인천전문대 무용과 전임강사로 오면서 인천이라는 도시를 알게됐다.
그후 31년이 흘렀다. 그 사이 젊은 춤꾼은 중견 안무가가 됐다. 인천을 뿌리에 두고 활동해온 세월들이다. 이제는 이렇게 말한다. 인천이야말로 자신을 키워준 도시라고. 이은주 시립인천전문대 교수 이야기다.
올해도 어김없이 창작춤으로 정기공연을 연다. 여느 해와 의미가 다르다.
당분간 새로운 창작 무대는 쉬어가려 한다. 그간의 레퍼토리 작품 중 둘을 골랐다. 그중 하나를 공연 타이틀로 걸었다. '西으로 가는 달처럼…'으로 18일 오후 7시30분 인천종합문예회관 대공연장에 오른다.


#. 우현예술상 수상작
작품이야기에서 시작한다. '西으로 가는 달처럼…'은 특별히 애정이 가는 작품이다. 어느날 마주친 서정주 시인의 시 한편이 안무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인이 의도한 뜻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제목만으로도 나를 끌어당기기에 충분했습니다. 달은 인생사와 닮았죠. 차고 기울어가는 과정이 인생의 변화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무리 욕심을 내도 한낱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죠. 비우는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어가면서 오히려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창작으로는 당분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혼신을 다했다. 자신도 무대에 섰다.
스스로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무용가로서 늘 느껴왔던 부족감이 이번에는 없었다. "서쪽을 바라보며 서 있는 그 순간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
뜻밖에 쾌거가 날아왔다. 인천문화재단이 한 해 동안 인천에서 행해진 예술 장르중 최고의 작품을 가려뽑는 '우현예술상'(2008)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받은 어느 상보다 뜻 깊었습니다. 인천에서 무용가로서 살아온 것을 인정받았다는 느낌이었지요."
이번 공연에서 '西으로 가는 달처럼…'을 고른 것도 그 때의 감동을 지니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은주표 작품답게 역시나 스케일이 크다. 앞으로 숙제가 있다고 말한다.
"우현예술상을 빛낼 수 있는 인천을 대표하는 춤으로 키우고 싶습니다. 의도적이지는 않았지만 '西'라는 이미지도 인천의 이미지와 들어 맞는군요. 공연시간이 40분에 달해요. 70분으로 확대하려고 합니다. "


#. 또 하나의 창작춤
공연에 올리는 또 다른 작품이 '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라는 타이틀의 창작춤이다. 역시나 서정주 시인의 시에서 따왔다. '西으로 가는 달처럼…'에 앞서 지난 2007년 발표한 작품이다.
"시간 차를 두고 따로 짰음에도 연작처럼 이어집니다. 욕심을 떨쳐버리고 비우려는 몸짓을 담아냈습니다. 전작에선 명예를 던져버리죠. 그러나 아직도 인간인 고로 그 안에서 번뇌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한걸음 나간 것이 후작입니다. 완전한 비움에 도달하지요."

이번에도 스스로를 무대에 세웠다. 솔로 독무를 펼친다. "솔로 창작과 군무 창작이 이어집니다. 이중 솔로창작은 내 춤의 정점이라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공들인 작품이다.
"그동안 올린 작품이 많습니다. 이들을 계속 갈고 닦아 레퍼토리화 하려고 합니다. 그 출발선상에 이번 공연이 있기에 의미롭습니다."


#. 과거를 현대로 불러오기
앞으로 갈 방향을 잡았다고 말한다. 바로 우리 전통춤을 이 시대에 끌어오는 작업이다.
전통춤 명인 벽사 한명숙 선생으로부터 춤을 이어받은 그다. 스승의 춤의 맥을 잇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소명이라는 생각에 '한영숙 살풀이춤 보전회'를 세운 그다.
한편으로는 전통춤을 현대에 맞춰 불러오는 노력을 해왔다.

"오래전부터 생각한 작업입니다. 살풀이와 태평무, 승무야말로 전통춤을 대표하는 춤이지요. 이를 이어가는 노력은 많은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밖에도'에 해당하는 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를 살려내려 합니다. 그 방식에 있어서 원형은 보존하되 춤의 환경을 현대에 맞추겠다는 겁니다. "
이미 수년전 시도한 적이 있다. 2001년 발표한 작품 '금선무'라든가 그후 '굿거리춤' 등에서다. 우리음악에 춤을 더했는 가 하면, 시대를 뛰어넘어 개화기 의상을 입히기도 했다.
"스승께 너무나도 많은 것을 물려받았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제자들에게 무엇을 물려줄 수 있을 까 하는 고민에 도달했지요. 젊은 사람들은 너도나도 창작에 몰두하는 현실입니다. 그것이 내가 전통을 이어가는 일에 나서야 하는 이유입니다."

/김경수기자 kk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