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예술인(10)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 능화 스님
유물 800여점·한윤기 화백 그림 30점 등 모아
인천 구양사 '범패박물관'서 11월말까지 전시
세계문화유산에 오른 팔만대장경이 탄생한 근원지가 강화 선운사라는 역사를 들춰내 당시 이운의식에서 행해졌던 '범패와 작법무'를 문화재 반열에 올려놓은 이가 능화스님이다. '범패와 작법무'가 인천시 무형문화재(10-가호)로 지정되면서 예능보유자에 오른다. 그후 일곱해가 흘렀다.
올해 또 뭔가 일을 벌였다. 지난해 나홀로 '범패박물관'이라는 현판을 걸었는 가 했더니, 올봄 '범패 그림전'이라는 기획전을 열고 초대장을 내민다. 그리곤 몇개월동안 소리소문없이 일반인들의 발길이 그곳으로 이어지고 있다.

#. 범패박물관서 범패그림전을 열다
"지난해 한윤기 작가의 인도기행풍물전을 보는 순간 그림에 끌렸습니다. 범패와 작법무 보존회 공연에 꼭 와달라 부탁을 했지요. 춤사위를 그림으로 옮겼으면 하는 바람을 더했어요. 범패 그림전을 해볼 요양이었습니다."
화가는 예능보유자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반년이 지난 올 3월 30여점의 그림을 완성해 들고왔다.
올해 뭔가 특별한 일을 벌이고 싶은 이유가 있었다. 능화 스님이 출가한 지 어느덧 30해를 맞았다. "잔치를 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범패박물관에서 범패그림전을 열어보자 했지요."
드디어 지난 4월15일 범패전 자리를 폈다. "박물관하면 으레 골동품을 떠올리지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한국불교 1천600년이래 불교 색채의 박물관에서 탱화가 아닌 제대로 된 작품을 걸었다는 뿌듯함이 있습니다. 더우기 우리 보존회의 춤사위가 시리즈로 완성됐다는 점에서 만족스럽습니다."
해외 공연이 있을 때마다 범패를 비롯 불교의식무에 연관된 악기, 의상, 서적 등을 모아왔던 그다. "부처님께 올릴 것이 무엇인가 하는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범패를 만나는 일이 흔치 않았습니다. 눈에 띄기만 하면 구입했지요."
세월만큼 결과물이 쌓여갔다. 단순히 소장하고 있는 차원을 넘어 유물들을 함께 공유해야겠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답이 박물관이다.
박물관 등록도 안한 상태에서 자신이 꾸려가고 있는 인천 숭의동 구양사안에 공간을 우선 꾸몄다. 학예사 등 전문가를 모셔와 문화재 감정을 받고 분류 작업에 나섰다. 그간 모은 유물이 800여점, 사진은 3만여점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해 8월 '범패박물관'을 중앙에 정식 등록했다.
이번 범패전은 박물관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첫번째 몸짓이다. 그림 내용이 범패와 작법무를 담았다는 점에서 1석2조를 노린 기획이다.
"박물관 유물들은 유형문화재입니다. 내가 무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이를 융합해 시민에게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사립 시설을 넘어서 전문박물관 다운 공간으로 꾸며야 하는 것이 숙제입니다." 전시는 11월말까지 이어가려 한다.
#. 범패 작법무 공연 150회
범패와 작법무가 문화재로 지정된 이후 공연형식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린 회수가 무려 150여 차례다. 지난 7년동안 한해에 적게는 20여회, 많게는 30여회 공연한 결과다.
"보존회 식구들이 문화재를 알리겠단 일념으로 열과 성을 다해 노력해온 시간들입니다. 이제는 범패 공연이 내용적으로 형식적으로 무르익었다고 감히 자부할 수 있습니다."
찾아가는 무형문화재를 내걸고 고교 축제마다 시연에 나섰다. "축제에 가서 문화재공연을 하겠다 하면 학생들이 십중팔구 지루해합니다. 공연이 끝나면 달라지죠. 열광까지는 아니더라도 큰 호응을 보냅니다."
인천기계공고와 문학정보고 2곳은 아예 전승학교로 정해 공을 쏟았다. 성과가 나타났다. 2006년 전국청소년민속예술제에서 기계공고가 2위에 오른다. "올해는 1등을 거머쥐겠다는 의욕으로 준비중입니다." 아이들이 한없이 예뻐보이는 그다.

#. 문화재를 거리축제로
보존회의 창작 공연 '강화별곡'이야기를 꺼낸다. 조선초 몽고군이 침범했을 당시 온 백성들이 강화도 선운사에 모여 경판을 새겼던 역사를 들춘다.
"그 모습을 보고 몽고군이 퇴각을 결정합니다. 무력도발을 문화의 힘으로 이겨낸 것이지요. 그렇게 만들어진 경판이 팔만대장경입니다. 강화도는 세계문화유산이 탄생한 어버이의 땅입니다. 이를 담아낸 작품이 '강화별곡'이구요."
대장경을 판각하고 옮기는 과정에서 행했던 의식이 범패와 작법무다. 인천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야 하는 이유가 차고 넘친다.
"귀결은 팔만대장경입니다. 이를 축제로 담아내려 합니다. 고답적인 문화재가 아닌 함께 즐기는 축제로 형식을 전환하고자 합니다. 예컨데 거리축제라는 옷을 입을 수도 있지요.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서 장을 펼치는 겁니다. 멋진 일 아니겠습니까." /김경수기자 kks@itimes.co.kr
/사진제공=범패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