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70년대활동 원로작가 41인 200여점 전시
한국 현대화단서 지역미술 위상·역할 점검
인천문화재단이 인천미술 토대를 짚어보는 기획전을 한편 준비했다. '인천미술의 초석'전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다. 부제가 '격동기와 전환기의 작가들'이다. 2005년 '21세기로 열린 창-인천미술전'이후 4년만에 특별전 자리를 폈다. 지역 원로작가 41인을 초대했다. 단순히 그들의 작품을 나열하는 전시가 아니다. 그 이상 의미가 분명히 있다.

"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인천을 연고로 작업한 65세이상 원로작가가 대상입니다. 인천미술뿐만 아니라 한국 현대미술에서도 비중 있는 작가들이지요. 그기간 동안 펼쳐왔던 작업과정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당대 인천미술의 양상을 파악하고 더불어 이들의 작업이 어떠한 맥락으로 시대적 내용과 형식을 담아내고 있는 가 살펴보고자 합니다." 전시 책임 큐레이터를 맡은 이경모 평론가가 기획의도를 던진다. 4년전 인천미술전을 큐레이팅했던 그가 다시 나섰다.

#. 한국 현대미술 궤적에 오르내린 작가
"초대된 작가는 60, 70년대 격동의 현장에서 작업을 했거나 해오고 있는 인천연고 작가들입니다. 이들은 가히 한국현대미술의 궤적 위에서 인천미술이라는 궤도를 오르내린 작가들이지요. 65세 이상 작가를 선정한 이유는 근현대 인천미술의 토대를 짚어보고 그 면모를 가늠해보기 위해서입니다." 큐레이터가 작가 선정이유를 말한다.

4년전 기획전에서는 인천미술사에서 비중 있는 25인을 초대했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젊은 작가부터 원로에 이른다. 이번에는 30년이상의 화력을 지닌 작가들을 선정했다.

전시 접근 방향을 세가지로 정리했다. "우선, 그 시기를 거쳐오면서 작가들이 어떤 작업을 해왔는 가 하는 것입니다. 미술이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점에서 격동기와 전환기를 살았던 동시대 작가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았는 가 하는 것이 접근의 첫 스텝입니다. 두번째는 인천이 지역적으로 서울과 문화적 불가분 관계를 띤 지역이 전제입니다. 인천이라는 협소한 공간에 머물러 있는 작가라는 영역에서 나아가 인천에 연고를 둔, 인천과 연관을 맺은 작가들이 누구인가 다가갑니다."

또 하나는 새로움의 전통을 확립하기 위한 실험과 모색에 분주했던 시기 한국현대미술운동과 연계 맺은 인천 작가 내지는 상호 영향을 주며 벌어졌던 인천 미술운동을 연관지어 바라보고자 하는 접근방식이라고 설명한다.

"결론적으로 한국 현대화단에서 인천미술의 위상과 역할을 냉정히 따져보고자 합니다." 전시는 5일 개막, 18일까지 인천종합문예회관 전시실에서 펼쳐진다.

#. 다섯가지 섹션
전시 카테고리를 다섯가지로 나눴다. '전통의 새지평' '자연의 해석' '실험과 모색' '분기된 미술' '서예의 약진'이 각각의 섹션 주제다.

'전통의 새지평'은 한국화라는 전통적 기법과 재료를 근간으로 작업하는 작가들이 그 대상이다. 한발 나아가 이를 현대적 조형언어로 번안해가는 일군의 작가들이다.

"전통 계승이라는 종적 담론과 실험정신이라는 횡적 담론 사이에서 자신을 지켜가며 묵묵히 작업해온 이들입니다. 전통의 회복과 더불어 현대미술의 실험성이나 기법적 성과를 선별적으로 수용, 한국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것이지요." 선학균 오낭자 오석환 이삼영 이지훈 조평휘 홍용선 황만영 작가가 그들이다.

섹션 '자연의 해석'에서의 작업경향은 형태에 염두를 두지만 재현적인 효과를 유발하는 허구를 부정하는 지점에 머물러 있다. 작가 개개인 직관에 의한 이미지 연출은 추상회화로서의 성격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사실주의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한다. 곽노정 김옥순 노희정 박송우 박영동 박인숙 양의석 이철명 이형재 홍윤표 황병식 작가가 여기에 속한다.

세번째 섹션 '실험과 모색'에서는 형식적으로 매체의 다변화, 내용적으로는 서사의 회복, 그리고 미술 영역을 끊임없이 확장해 온 작가들을 조망했다. 강광 강하진 김경인 김영문 백현옥 송덕빈 심현삼 이규선 이종무 주수일 한기주 작가에 이른다.

"설치와 추상, 매체에 관심을 갖고 작업하면서 당시 사회부조리에 이의제기했던 이들입니다. 다양한 재료의 원용을 통해 풍부한 실험에 도달하고 있지요."

또 다른 섹션의 주제는 '분기된 미술'이다. 인천을 연고로 하면서도 작업 등을 이유로 인천과 일정한 거리를 두었던 작가들이 이에 속한다. 60, 70년대 서울 등 타지역에서 활동한 이들로서 한국미술의 주요 리더들이다. 강찬균 고윤 박석원 유관호 이부웅 장권봉 정문규 최명영 작가를 만날 수 있다.

마지막 섹션 '서예의 약진' 에서는 촌은 김재은, 남전 원중식, 연당 이성촌을 초대했다.

"검여, 동정, 송석으로 이어지는 인천서예는 미술의 어느영역보다 주목되는 분야입니다. 이분들에게 사사한 촌은, 남전, 연당 역시 한국서단에서 비중있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작가당 5~6점씩 내놓았다. 개인별 작품경향의 변화 과정을 짚어나가면서 사회사적·예술사적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해서, 모두 200여점에 이른다.

#. 모더니즘 세계미술을 짚다
인천작가를 조망한다는 이유로 이번 전시를 자폐적으로 해석하는 것에 대해 기획자는 경계한다. 한국미술, 더 나아가 모더니즘 세계미술을 짚는 자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다시 말해서 지역미술을 통해 전체를 볼 수 있는 자리 입니다. 지금은 원로작가로 명명되지만 그들이 젊었을 때 얼마나 치열하게 작업을 해왔는 지 목격할 수 있을 겁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인천미술의 정신과 계보를 알아보고 한국현대미술과 인천미술의 연계성을 확인함으로써 지역미술사 연구의 자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김경수기자 kk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