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작은극장 돌체 대표 박상숙
대본 연기하는 마임과 달리 '풍자·즉흥적 요소' 많아

17~26일 인천국제클라운마임축제 … 행사준비 구슬땀

폐관위기 돌체극장 인수·극단 만들어 후배 본격양성

대본에 따라 연기하는 일반 마임과 다르다. 풍자가 담긴 즉흥적인 몸짓으로 관객에게 웃음을 전달한다.

'클라운마임'이 그렇다. 마임의 새로운 장르를 구축한 인천의 극단 마임이 야심차게 준비한 '인천국제클라운마임축제'가 올해로 14회를 맞았다.

1995년부터 해마다 이어오고 있는 명실상부 인천의 대표적 마임 축제다. 올해는 관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참다운 축제 만들기를 목표로 했다. 그래서 새로운 형식의 마임을 펼치는 공연자들을 불렀다.

17~26일 작은극장 돌체와 도호부청사 야외무대,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문학경기장 야외특설무대에서 11개국 17개 팀이 환상의 마임세계로 안내한다.


#. 14살, 참다운 축제를 위하여

다양한 팀이 참여한다. 그동안 축제에서 봤던 마임과 다른 스타일이다.

박상숙 극단 마임·작은극장 돌체 대표는 "외국에서 본 공연이나 교류를 통해 알게 된 팀 가운데 정말 좋은 공연만 엄선했다"며 "도쿄 페스티벌 등 다양한 축제에서 추천받은 팀은 물론 축제 참가를 위해 지원한 팀들의 동영상을 보고 신중하게 결정했으니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인도, 미국·프랑스, 스페인, 칠레, 이스라엘, 독일,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한국 등 11개국 17개팀 33명의 공연자가 무대에 오른다. 일본의 '부치와 야마(BUCHI and YAMA)'는 일본에서 10여년동안 솔로로 활동한 클라운들이 만나 결성한 그룹이다. 클라운의 고전적인 개그와 함께 악기를 사용해 풍부한 스테이지를 꾸민다.

인도의 '바디랭귀지스쿨'은 극단 마임과 꾸준히 교류하는 팀이다. 올해는 공연뿐 아니라 워크숍에도 참여해 다양한 마임 이야기를 풀어놓을 예정이다. 한 편의 서사시를 읽는 듯한 모노드라마와 같은 마임 공연의 대부로 알려져 있다. 이번 공연에선 한국의 가야금과 비슷한 인도 전통악기 싯타르(Sitar)로 한국의 가양금 연주자 황병기 명인의 곡을 들려줄 계획이다.

미국계 프랑스인 '칼리 코(Carly Ko)'는 군중 틈에서 등장해 엉뚱함과 균형, 저글링, 춤, 아크로바틱 등을 선보인다.

스페인의 '치르코아크티보(Circoactivo)'는 공중에서 혼자 서커스 텐트를 세운 뒤 화려한 공연을 펼치고, 칠레의 '로스 챠토스(Los Chatos)'는 고난이도 기술을 겸비한 테크닉컬 클라운 마임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칠레의 '듀오 토바리치(Duo Tobarich)'는 힘과 유연성을 통해 균형을 찾아 인체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팀이다. 극의 전개가 화려한 아크로바틱과 맞물려 환상적인 공연을 연출한다.

"이번 축제 목표는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것입니다. 단순히 웃고 즐기는게 아니라 관객들에게 문화적 충격을 주는 것을 근간으로 했죠. 이번 축제에 초청된 팀들의 공연을 보면서 '사람의 몸으로 이런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구나'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될 겁니다. 공연을 보면서 공연자와 관객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면 더할나위 없겠죠."

#. 지금의 바탕이 된 '돌체'

축제가 14년동안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작은극장 돌체'가 있어 가능했다. 끊임없이 연습하고 실험하고 도전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인천 남구 문학동에 자리한 돌체는 연극인 박상숙 대표와 마임이스트 최규호씨가 30년동안 꾸려온 공간이다. 1979년 12월 인천 중구 경동에 문을 연 돌체는 노래 따라부르기(Sing-along)공연장으로 운영되던 돌체를 재개관한 극장이다. 이들 부부는 4년 뒤 폐관위기에 처한 돌체를 완전히 인수, 연극 전용 소극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처음부터 탄탄대로는 아니었다. '삐에로의 합창'과 '춤추는 어릿광대'를 시작으로 해마다 2~3개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지만 시원찮은 객석점유율과 제 때 못받는 대관료로 늘 적자에 시달렸다.

박 대표는 "바로 이 때 제대로 된 배우를 만들어 극장 인프라를 구축해야겠다고 결심했다"라며 "그러기 위해선 학습된 배우와 극단 자체의 콘텐츠가 있어야 관객에게 외면받지 않을 거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그는 1984년에 극단 마임을 만들어 본격적인 후배 양성을 시작하고 클라운 마임을 정착시키기에 이른다.

#.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오는 12월 '작은극장 돌체'가 30번째 생일을 맞는다. 정신없이 달려왔기에 이젠 뒤돌아 보는 시간을 가질 때도 됐단다.

돌체는 인천클라운마임축제를 비롯해 청소년 예술참여 프로그램, 장애우 대상 프로그램, 다문화가정 참여 프로그램 등 다양한 공연과 지역문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는 특히 30주년을 맞아 '오피니언 페스티벌'이라는 특별한 행사도 기획하고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이번 축제를 성공적으로 마치는게 급선무란다. "간혹 어떤 분들이 '작년 공연과 다를게 없다'고 말하곤 하는데 그럴 땐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마임이 다 같은게 아닌데 더 깊이 알아보거나 공부하지 않고 말하니 말이죠. 그런 차이점을 이해시켜 각 나라 문화를 쉽게 설명해 주는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대표는 인천클라운마임축제외에도 다양한 축제와 볼거리를 한 데 묶어 인천이 진정한 문화도시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는 "올해 특히 인천에 볼거리가 많았는데 내실을 함께 갖췄으면 좋겠다"며 "인천클라운마임축제도 이런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에 맞춰 발전시키고, 돌체도 돌체만의 색을 만들어 브랜드화 시키겠다"고 말했다.

/정보라기자 blog.itimes.co.kr/jbr